사회복지조직의 혁신,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은?

오늘날 한국의 사회복지조직은 정치, 경제, 법, 인구, 사회환경,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급격한 환경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대상별로는 초고령 노인, 북한이 탈주민, 다문화이주 근로자 등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집단이 등장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특성 역시 과거 일방적 ‘수혜자’에서 ‘이용자(고객)’로 이동했다면, 최근에는 ‘참여자’ 또는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는 주체’로서의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장기요양 및 보육 관련 사회서비스 영역의 품질 강화 방안(예: 사회서비스진흥원(가칭)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과거 민간 시장영역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 관리 체계가 정부를 중심으로 다시 개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혁신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목표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 그리고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을 통해 개발되고 확산되는 혁신적 활동 및서비스’로 정의될 수 있다(Mulgan et a l., 2007).

이는 사회적 욕구충족 및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 사회복지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잘 부합한다. 한국에서 역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회혁신 관련 실험들이 진행되어 왔고, 최근에는 정부의 사회혁신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사회혁신추진단 신설을 통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혁신 지원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 2018).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민간 사회복지계, 특히 사회복지조직 및 학계에서는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사회복지시설들은 조직수준의 혁신활동, 즉 조직혁신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변화의 대상을 ‘사회’에 둔 사회혁신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혁신의 개념 및 특성을 간략히 살펴보고 향후 민간의 사회복지조직이 사회혁신의 주체로서 활동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활용하라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은 주로 정책입안자, 연구자 및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증가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정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사회혁신에 대한 합의된 정의를 반드시 도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행연구를 통해, 일관된 구성요인과 특성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혁신이 국내 사회복지 연구 분야에서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회혁신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사회적 욕구 충족(meets a social need)’, ‘새로움(novelty)’, ‘아이디어의 실행(from ideas to implementation)’, ‘효과성(effectiveness)’, ‘사회의 행동능력 강화(enhance society's capacity to act)’의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Caulier-Grice et al., 2012).

사회혁신의 정의 및 특징
사회혁신의 정의 및 특징

먼저 사회혁신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또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실행까지 연결됨으로써, 기존의 방법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혁신의 성과란 구성원 간의 새로운 역할과 관계를 창조함으로써, 구성원 전반의 역량 또는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강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혁신 관련 선행연구의 사회혁신 정의 및 특징을 살펴보면 <표>와 같다.

사회혁신의 개념 및 특성은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복지조직의 정체성과 상당 부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첫째, 사회복지조직의 활동은 지역사회의 미충족된 욕구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둔다는 점에서 사회혁신 활동과 공통점이 있다.

둘째, 사회복지조직은 외부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개방체계로서,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회혁신 활동 역시 사회복지조직뿐만 아니라 정부, 시민, 가족,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영역 간 교차성(cross-sectoral)’을 갖는다.

지역주민 역할 변화에 주목하라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조직이 사회혁신활동의 주체로서 기능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자기 조직이 외부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활동은 기존의 서비스 내용 또는 전달체계가 효과적·효율적으로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클라이언트의 욕구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되고 있다. 특히 환경변화의 흐름에 맞는 조직의 존재 이유, 목적, 정체성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시설평가 등 제도적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조직의 미래 정체성 및 방향을 설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조직 현황 및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과정을 통해 사회혁신의 필요성에 관한 구성원 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현재 조직의 사업 및 방향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주민’의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혁신은 욕구 및 문제를 중심으로 연결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자기 조직 이외의 다양한 참여주체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또는 고객으로만 인식된 주민의 역할 변화가 동반된다. 주민은 지역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불편과 어려움을 경험하는 당사자이다. 그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혁신 활동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발견된다. 이때 사회복지조직의 관심 대상은 전통적 의미의 취약계층에 제한되지 않고,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장된다. 주민은 문제해결의 참여주체이자 서비스 생산자로서, 사회복지조직의 새로운 인적·물적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조직이 보유한 자원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상호 신뢰적·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성원과 공동체 의식을 가져라

셋째, 사회복지조직은 내·외부 구성원과의 강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혁신은 전통적 방식과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에 의해 이뤄진다. 이는 불확실성과 비예측성 등의 위험요소를 갖는다.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회복지조직의 사회혁신 활동을 위해서는 위험과 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구성원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율적 권한을 위임하고, 조직 전체의 공유된 미션 및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복지시설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마을 공동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재단, NGO 등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공공 및 민간의 다양한 시설·단체와의 연계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하나라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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