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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사회’로 가기엔 2% 부족한 자립 플랜
  • 승인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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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여론 수렴 등 진일보 했으나 교육·고용부문 장애인분리 현상 여전
조한진 대구대 교수
조한진 대구대 교수

지난 3월 5일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년)’이 심의·확정되었다. 이번 계획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사회’를 비전으로 ‘복지·건강 지원체계 개편’, ‘교육·문화·체육기회 보장’, ‘경제적 자립기반 강화’, ‘권익 및 안전강화’, ‘사회참여 활성화’ 등 5대 분야에 걸쳐 22개 중점과제, 70개 세부과제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제4차 계획의 수립·평가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미흡했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지난 1년간 장애인단체 등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이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계획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몇가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탈시설, 신체·발달장애인만 염두?

첫째, 탈시설을 위하여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 전환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를 위해서 매우 반가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탈시설은 신체적 장애인과 발달장애인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건강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사결정지원제도를 도입하며 중간 집(Half-way house) 모형을 개발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로부터의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탈원화에 있어서 척수 손상 이후 지역사회로 재통합되지 못하고 여러 재활병원을 전전하는 척수장애인의 문제도 심각한데, 이에 대한 언급 역시 없다.

둘째, 그나마 장애인의 거주와 관련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엿보이나 장애인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통합교육 지원의 내실화를 위해 일반학교 통합교육 지원교사(순회교사) 배치와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를 확대하고 그 운영을 내실화하며 일반학교 교원의 통합교육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 유치원 특수학급을 2017년의 731학급에서 2022년 1131학급으로 확대하고 특수교육기관의 확충을 위하여 지역별 수요를 고려하여 2022년까지 특수학교 총 22교와 특수학급 총 1250학급을 신·증설하겠다고 했다. 이는 특수학교마저도 실제적으로는 분리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장애학생 교육=(분리) 특수교육’이라는 발상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합교육 원칙의 재천명과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실현이 요구된다.

장애인 교육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하자면, 장애인 고등교육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계획에서 장애 대학생의 교육복지 지원을 위해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을 내실화하고 장애 대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전문도우미 배치를 확대하겠다고 하였으나, 장애 대학원생에 대한 정책은 전혀 없다. 장애 대학원생들이 장차 장애계를 이끌어가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할 사람들이 분명하다면,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이 없어 공부하기가 갑자기 어려워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장애등급제 실질적 폐지 가능?

셋째, 이러한 장애인 분리의 현상은 고용 분야에서도 재현되는데, 보호작업장이 바로 그것이다. 보호작업장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용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호작업장과 같은 분리고용 형태는 향후 축소되거나 없어져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나마 최저임금 적용 제외자의 저임금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기준을 강화(같거나 유사한 직종의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근로능력자 작업능력의 90% 미만에서 70% 미만으로)하여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최소화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시행하고 있지 않은 고용 정책인 임금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여 장애인의 생산성 감소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추진 방향에 대해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이번 계획에 의하면, 1단계로 장애인 체감도와 예산 규모가 큰 활동지원서비스 등 일상생활 지원 분야에 장애 등급 대신 종합판정도구를 2019년 7월에 우선 도입하고, 2·3단계로 이를 이동지원(2020년), 소득·고용 지원(2022년)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요금 감면·할인뿐 아니라 그 외 많은 서비스에서 장애 등급은 경·중이라는 장애 정도로 대체될 것이며, 심지어 1∼6급의 의료 정보도 여전히 활용될 예정이다.

더구나 종합판정도구가 새롭게 도입된다 하더라도 장애인을 의료적·기능적 수준으로 평가하는 잣대는 여전할 것이며, 심지어 기존의 장애등급이 새로운 종합판정도구에서는 어느 수준에 해당할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애등급이 종합판정도구라는 새로운 옷으로 바뀔 뿐 서비스 대상자의 윤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장애인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렇게 본다면,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분명 제4차까지의 계획보다 절차와 내용 면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포용사회’라는 비전에 걸맞지 않은 정책 패러다임 및 내용상에서의 실제적인 불일치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부디 이러한 과제들이 본 계획의 시행 과정에서, 늦어도 제6차 계획에서는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