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벗킷리스트’, 삶의 의미 찾도록 도와

# 한ㅇㅇ(여·40·뇌병변 1급)씨는 선천성 뇌성마비로 전신에 제약이 있어 하루 24시간을 전적으로 가족과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40년을 부모와 함께 생활해 온 터여서 한 달만이라도 가족들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독립공간을 마련해 꿈을 지원했다. 한씨는 독립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지만,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비록 최중증 장애를 갖고 있지만 스스로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충분히 독립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큰 용기도 얻었다. 한씨는 정규교육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워 주체적 생활에 한계가 있었다. 전문 강사가 총 23회 가정방문 한글교육을 진행해 이제는 문자를 읽고 보내기, 쉬운 신문기사나 책 읽기, 편지 쓰기가 가능해졌다.

# 최ㅇㅇ(55·지체장애 1급)씨는 27세 때 교통사고로 경추손상을 입어 전신마비 장애가 있다. 평소 좋은 글과 시로 위안을 받았고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한국문인협회 파주시 회원들과 월 2회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시 쓰기와 표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파주시 주최로 열린 ‘제1회 황희방촌문화제’에 참가해 산문부문 장려상에 입상했고, 자작시 총 3편을 발표했다. 또한 7년 동안 침대 위에서 모아온 700여 편의 주옥같은 시를 모아 ‘비매품 책자’를 출간하고 전국 호스피스 병동에 전달했다. 장애와 병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시를 써왔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책자를 발간하고 전국 약 500여 기관과 책을 나눌 수 있었다.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와상 중증장애인이 인생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소원 목록을 실현함으로써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도록 돕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와상장애인 벗(友)킷리스트’를 진행했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만20세 이상 최중증 1급 와상 장애인 5명과, 그들의 꿈과 소원을 적극 지원하며 추진해 나갈 비장애인(벗) 15명 등 총 20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체적·물리적·환경적 제약으로 외부 활동 기회와 인간다운 삶의 보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중증 와상 장애인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사회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기획단계에서 관내 중증 와상 장애인 29명을 대상으로 사전 욕구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은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건강관리’와 ‘외부활동 제한’을 꼽았다. 응답자 중 15명은 한 달 기준 ‘거의 외출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외출도 주로 병원, 운동이나 치료, 종교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외부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하겠는가?’의 문항에서는 11명이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로 답했고 ‘살아가면서 꼭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20명(69%)이 ‘그렇다’고 답해 프로그램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살아가면서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있어

복지관은 사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적합한 대상자를 찾기 위해 각 읍면동사무소 및 유관기관 총 53개 기관에 홍보 및 협력을 요청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와상 장애인 선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 와상 장애인들의 소원 추진 활동을 지지해 줄 지역사회 ‘벗’을 구성하는 과정은 예상과 달리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와상 장애인 당사자가 선호하는 벗’과 ‘소원 목록 달성이 효과적일 수 있도록 하는 벗’ 사이가 상호 충돌되면서 합의점을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와상 장애인에게 최대한 심리적으로 힘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집단으로 ‘벗’을 구성했다.

와상 장애인의 소원 목록을 정리하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장애인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쉽게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담당자들이 꾸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장애인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원 목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초기 계획보다 담당자의 역량과 에너지가 훨씬 더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객관적인 측정 결과 도출이 가능한 시인 만나기, 바다여행하기, 시집 출간하기, 한 달 동안 독립 생활하기, 그림 전시회 열기 등의 소원 목록이 완성되었다.

소원 함께 할 ‘벗’…삶의 만족도 높아져

사업 초기에는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을 침대에서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들의 꿈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지만 당사자들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힘과 용기는 지역사회 안에서 큰 귀감이 될 만했다.

5개월 간의 프로그램 진행 결과 전체 소원 목록 총 50개 중 88%인 44개를 이루었다. 참가자들의 삶의 만족도 변화 분석 결과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보였고 유사 프로그램 진행 시 참가의사를 묻는 문항에서도 전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파주시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주로 기관으로 찾아오거나 이동이 가능한 경증 장애인 중심으로 사업과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다”며 “이는 지역 장애인 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하며 자기표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전무했던 최중증 1급 와상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참여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내 의미와 기여도가 크다”며 “가정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지만 자기표현의 강한 욕구와 의지, 꿈이 있는 최중증 와상 장애인이 환경적·사회적 상황을 극복하며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타 시설 및 기관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이 기사는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2017년 사회복지시설 우수프로그램 사례집’ 자료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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