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부의장, 인건비 현실화·기부문화 활성화 국회차원 노력

심재철 국회부의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Q |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덕담을 해 달라.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새해 맞으시길 기원한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큰 혼란을 겪었다. 그 가운데서도 묵묵하게 사회의 약자를 위해 등불이 되어준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복지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점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아갈만한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는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이 사회가 바르게 알게 되고 바르게 평가해주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저도 작으나마 여러분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 부의장께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활동하셨는데, 당시 기억에 남는 또는 보람을 느낀 장면이 있다면….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손톱 밑 가시처럼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규제들이 많이 있다.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법률 개정을 통해 불합리하고 불편한 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손톱을 다듬고 꾸미는 네일샵 개업을 위해 불필요한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규정을 없앤 것이다.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관련과나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고등기술학교 과정을 이수해야하는 조항이 있어 서민들이 당장의 생계를 위해 작은 네일점포를 내는 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둘러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내 규제를 풀었고 그 결과 많은 곳에서 미용사 자격증이 없이도 네일샵을 개업할 수 있게 돼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Q |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한 법을 개정한 사례도 있는가.

“공중화장실법을 개정한 예다. 예전에는 고속도로 여성화장실은 늘 긴 줄이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기존법률에서는 남녀화장실이 동일면적으로 건축되어 여성의 변기 수가 남성에 비해 늘 부족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남녀가 각각 대·소변기의 합한 수가 동일하게 설치하도록 공중화장실법을 개정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결과 현재는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보아도 여성들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Q |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아는데, 계기와 그동안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1993년 6월 교통사고 이후 저에게 장애가 생기면서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큰 수술을 받고 살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몸에 생긴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지금도 겪고 있는 장애문제를 보면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 약 400만 장애인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8%가량이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대표할 국회의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저도 장애를 가지고 살다보니 생활하는데 많은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대변해 줄 국회의원도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보다 장애인들을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하면서 장애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것이 제 인생철학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많은 장애인들과 소통하면서 장애인이 편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눠 평가해 달라.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의 핵심은 문재인케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케어는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한 복지 정책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늘려서 의료서비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의료서비스의 국민부담을 줄여준다고 하는데 싫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이론적으로만 그럴듯하지 실상을 들여다보면 매우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케어를 실시하게 되면 2019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들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을 보이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유례없는 저출산으로 앞으로 소득을 발생시킬 인구가 줄어들어 자연히 건강보험재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의료비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고 평균수명까지 증가하면서 의료비지출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과연 자원부국도 아닌 대한민국의 재정이 이런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이렇게 되면 현재의 2030세대들은 현재의 5060세대에 비해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면서도 의료혜택은 누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Q | 우리사회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 부의장께서 생각하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복지예산이 획기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세혈관이 온 몸 구석구석에 필요한 양분을 정확히 전달하듯이 복지전달체계도 사각지대 없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가 될 수 있도록 원활히 잘 전달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모세혈관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회복지 종사자다. 종사자들이 좀 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뛸 수 있게 정부의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

심재철 부의장은 “복지전달체계는 사각지대 없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원활히 잘 전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부의장은 “복지전달체계는 사각지대 없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원활히 잘 전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우리나라는 최근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를 맞는 대응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유래 없는 고령사회를 맞았다. 현재 추세면 2020년 생산가능인구는 정점을 찍고, 2060년 고령인구가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 퇴직 연금 제도 개선, 노인문화 시설 확충 등의 사회 보장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 밖에도 사회공동체를 중심으로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Q |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이를 해소 또는 극복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1983년 인구대체 수준인 2.06명 이하로 감소되면서 벌써 30년 넘게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저출산은 단순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소비 및 투자 위축에 따른 내수시장 축소, 고령화, 1인당 세부담 증가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중요한 문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15년 14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3명에 불과하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되는 각종 정책의 비효율성과 중복문제를 제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출산제고 정책보다는 주거, 보육, 복지, 청년취업률 향상 등 복합적인 대책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Q |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낮은 처우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정치권에서도 매번 이들의 사기진작을 얘기하지만 이뤄진 것이 없다. 국회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은 90만명 가량이 되고, 이 중에서 20만명 정도가 관련시설에 종사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일자리 확대뿐만이 아니라 전문성 강화와 처우개선을 위해 국회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복지는 다양한 소관부처에서 민간위탁에 의존하다보니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충당하고 부족분을 위탁법인이 해결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불평등한 임금체계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인건비 현실화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Q | 지역복지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다. 부의장께서는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지역복지 과제가 무엇이라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지역복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뿐만 아니라 각종 민간주체들의 자발적인 기부활성화대책이 절실하다. 선진국에서는 각종 세금감면 혜택과 공제 등을 통해 지역기반의 민간주체들이 복지지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제도 마련에 힘쓰겠다.”

Q | 부의장께서 정의하는 ‘복지’는 무엇인가?

“복지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정말 절실한 부분을 형편에 맞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진정한 의미의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녀들 밥 먹이고 양육하는 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사람들에게까지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복지가 아닌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번 준 것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표를 얻기 위해 잘못 결정된 복지정책은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복지는 누군가에게는 혜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혈세다. 따라서 정부는 알뜰하게 씀씀이 관리를 해야 하며, 불필요한 부분으로 돈이 새어나가지 않고 꼭 필요한 곳으로 흐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Q | 2018년 새해를 맞아 소망을 듣고 싶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지만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고, 희망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4차 산업혁명 등 구조적 요인들이 우리 사회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내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군가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여야는 물론, 모든 세대와 모든 지역까지 하나로 뭉쳐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그러한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나부터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 국회부의장으로서의 임기가 6개월도 안남았는데 지금까지의 아쉬움은 털어버리고, 새로운 협치와 정치개혁의 중심에 국회가 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Q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20년 가까이 정치를 경험해보니 정치라는 것이 별것이 아닌 것 같다. 국민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여야 정권교체도 계속될 것이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갈리고, 영남과 호남이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서로 다른 정치철학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 국민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진짜 정치이자 진짜 복지다. 그래야 여야가 바뀌더라도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다. 여당의 ‘국민’과 야당의 ‘국민’이 결코 다르지 않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8년 1월호(통권 11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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