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많은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인터넷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개인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는 물론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인터넷 출범 초기인 1994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1700만명에 불과했으나 1993년에 그 수가 1억명을 넘어섰고, 2000년에 4억명, 2001년에는 5억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1994년부터 2003년 현재까지 인터넷 이용은 양적, 질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왔다. 1994년 약 13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 수가 1999년에 1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전 국민의 60%에 달하는 2627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 뱅킹, 인터넷 민원 신청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이제 인터넷은 일상생활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은 일상생활의 기반

인터넷 사용실태에 대한 2004년 MCR 조사결과에 의하면 13∼64세 사이 소비자의 72.7%가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용 증가율을 인구통계학적으로 살펴보면, 인터넷 주이용 계층인 10∼20대, 사무직 및 학생의 2003년 이용률은 전년에 비해 증가폭이 거의 없었다. 반면, 인터넷 이용률이 낮았던 30대 이상에서는 남자 30대가 76%에서 86.6%로, 여자 30대는 69%에서 74.7%로 오르는 등 크게 증가하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오늘날 인터넷에 대한 믿음은 가히 종교적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을 매체(media)라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히 정보를 연결해 주는 매체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가상 공동체, 가상 기업과 같은 개념들이 의미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소규모의 가상기업에서 일하게 될 것이며,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인터넷을 통하여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가상 국가에 대한 확신까지 생겨났다.

정보화 사회를 예측해 온 미래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은 정보혁명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위계질서를 허물게 되리라는 것이다. 실제 전화, 팩스, PC통신 등 현대의 통신기술은 정보의 억압적 메카니즘을 붕괴시켰다. 정보기술은 탈중심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는 정보화와 인터넷 주창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정보화로 인한 계급조직과 권위의 몰락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신뢰와 그 기초가 되는 공동의 윤리적 규범의 단절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하여, 소비자 운동·여성운동·환경운동·노동운동 단체 사이의 정보교환과 연대를 위한 대안적이거나 대항적인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가상공동체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이다.

윤리적 규범 단절 유의해야

사실 가상 공동체 안의 개인은 실재적 공동체 안의 개인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재적 공동체 안의 개인은 하나의 통일된 규범과 인격체로서 상호관계를 갖지만, 가상 공동체 속에서는 동시에 다양한 규범을 갖으며, 쉽게 익명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가상공간 속은 인간 자신의 불완전함을 잊게 주기도 한다. 즉 가상공간 속의 개인은 육체에 갇힌 자신을 해방시켜 무한히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을 묶어 온 정체성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다는 소위 '디지털 해탈'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동체는 상호 신뢰에 의존한다.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신뢰는 결코 광섬유 케이블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란 어떤 공동체 내에서 다른 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규칙적이고 정직하며 협동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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