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기업가·노매드 정신가진 복지경영자가 가치 있는 복지사업 펼쳐

한용구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협의회 회장
한용구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는 외국의 원조가 중단된 이후 민간에서 운영되어지던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에 의한 민간부문 활용이라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 시설보호서비스가 사회복지서비스의 중심이었던 시기에는 가족이 없는 ‘무의탁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주체인 ‘사회복지법인’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와 같은 사회복지사업과 이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사회복지법인에게만 배타적으로 허용되었다.

이후 198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시설 운영과 보조금 지급이 비영리법인에까지 확대되고 1997년에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허가제가 신고제로 전환되며, 보조금에 대한 지급이 법인뿐만 아니라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에게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로써 더 이상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및 사회복지시설운영의 주요 재원인 보조금사업이 사회복지법인의 독과점 사업이 아닌 학교법인과 종교법인, 사단법인에까지 확대된 것이며, 실질적으로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사회복지현장에서는 개인과 다른 비영리법인에 비해 사회복지법인이정부로부터 위탁운영 등에 있어 사회복지 전문법인으로서 일정부문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아왔다.

이와 같은 정부의 재정보조에 의한 사회복지서비스 운용은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이기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일 수밖에 없었으며, 경쟁에 의한 시장논리가 개입되기보다는 독점사업 형태를 가진 지역적인 공공재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2006년 이후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정부로 이양됨에 따라 지방정부는 재정적, 행정적인 자율성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사회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음에도 지방이양에 따른 복지수요와 재정압박이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일부 장애인복지사업 등이 다시 중앙으로 환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방정부의 문제로 남았고, 이는 고스란히 사회복지현장에 압박으로 전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바우처 방식의 활성화나 장기요양보험 도입 등 정부의 전통적인 재정지원방식 변화와 시장기제 도입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기관은 효과적인 서비스 전달과 이용자 만족도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되는 경쟁시장의 환경에 놓이게 되어 그 동안 독점적으로 누려오던 수동적인 기관운영에서 전략적으로 기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다

특히, 2007년 이후 실시된 바우처 제도에 따른 재정방식 변화는 사회복지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강조한 효율성과 소비자 선택을 통한 책임성, 부정사용 최소화를 통한 투명성 등의 장점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는 사회복지서비스 제공환경이 그동안의 독점적이고 양적인 서비스 제공과 공급자 중심사고에서 이용자가 수동적인 수급자가 아닌 능동적인 복지서비스 구매자로서 이용자 만족이 이용자의 선택, 즉 복지서비스 구매로 이어지고 복지서비스 구매가 서비스제공기관의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 됨으로써 이제 공급주체간의 경쟁이 되는 시장기재 환경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제 더 이상 사회복지기관 종사자들의 희생만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영리기관 또는 비영리기관 간경쟁에 따른 성과관리, 인센티브 등 사기업의 동기부여방안과 기업가정신을 필두로 마케팅기법, 홍보방안 등의 경영기법이 사회복지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복지는 돈을 쓰는 일이고, 경영은 돈을 버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복지경영은 모순적인 조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영(經營)을 사전적 의미로 단순화하여 ‘사업이나 기업 등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복지경영’은 ‘복지기관을 계획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정의될 것이다.

복지경영이라는 말은 비록 2010년 이후 등장했지만 복지에 사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것은 기부마케팅을 비롯하여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러나 복지현장에서는 경영기법을 단순히 운영비절감을 위해 물품을 일괄구매 한다든지, 예산 확대를 위해 후원금을 늘리고자 바자회나 일일찻집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종사자들이 티켓을 얼마만큼 잘 팔았는가를 평가하여 성과급을 지급하고, 승진 등에 반영하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것은 복지경영이 아닌 복지관리이고 기관의 CEO는 복지경영자가 아닌 복지관리자일 뿐이다.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효과적으로 하기위한 방안들일 뿐인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복지환경 속에서 그 동안의 수동적인 복지경영에서 적극적인 복지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요구된다. 과거 종사자들의 적극성을 유도해 내기 위해 강조했던 ‘주인의식’이 아니라 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사내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로 혁신, 창조적 파괴, 새로운 결합, 남다른 발상 등이라고 하였는데 기업가정신이 전통적인 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조되는 것이라면 사내기업가 정신은 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피터 드러커는 영리기업 및 비영리 부문에서조차 기업가는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Always search for change), 그것에 반응하며(response it), 기회로 표출하는 사람(exploit as an opportunity)이라고 했다.

기업가정신은 ‘우리의 일에 이유를 묻고 스스로 답을 찾고 그에 따라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며, 스스로 일의 의미를 묻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고 혁신이 가장 중요한 기업가 정신일 것이다.

복지서비스는 투입되는 비용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가치 있는 복지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 종사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종사자들이 3년마다 실시되는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기 위해 의미 없는 페이퍼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가자인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바탕으로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여 실행에 옮긴다면 그 사업이야말로 ‘가치’ 있는 사업이 될 것이고 복지경영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둘째, 노매드(nomad) 정신이 필요하다. 노매드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용어다. 노매드란 공간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가는 것으로 한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창조적인 행위를 뜻하며, 오늘날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에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은변화가 이루어지는 사회복지환경 속에서 노매드에서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고방식, 네트워크의 활용, 주도면밀함, 경계심, 주변인들과의 우애 등의 성향은 복지경영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아직은 복지현장에 있어서 경영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에는 정부정책과 전달체계상의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종사자들에게 경영을 강조하고 재교육하는 것 또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복지환경 속에서 가치 있는 복지사업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정부보조금과 획일화된 평가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상자 삶 전체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복지경영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9월호(통권 1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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