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복지허브화를 비롯하여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일련의 제도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공공주도의 변화 속에서 민간부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
홍선미 한신대 교수

 

 

복지거버넌스 차원에서 지방정부는 지역복지를 구성하는 다양한 민간기관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협력적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에는 상호신뢰와 수평적 파트너십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해 공공과 민간간의 상시적이며 안정적인 연계와 협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동복지허브화를 비롯하여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일련의 제도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내 위기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 책임성이 커지고 서비스전달체계의 통합성이 높아지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에 공공주도의 변화 속에서 민간부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관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공공과 수평적 관계에서 민간복지서비스 기관 간 조정을 이끌어갈 주체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의 대표적 협의조직인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사업주체와 유사사업의 혼재 속에서 민간복지 운영 주체로서 그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복지협의회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다수가 협의회의 명칭과 사업을 전혀 모르거나(11.3%) 명칭만 알고 있는(41.7%)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련 행정기관이 협의회 명칭과 사업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비율은 21.7%에 그치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업 초기부터 각종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 간 상호협력 및 조정을 위해 활동해 온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인지도가 낮으며 민간기관간 또는 공공조직과의 협의나 조정을 담당할 주체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점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사회복지 기관들과의 교류나 공공기관과의 업무협조, 관계공무원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면서, 사회복지협의회가 지역사회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은 민간 사회복지기구로 정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복지환경 변화 따른 사업 재정비 요구

 

사회복지협의회가 지역사회의 인지도를 높이고 대표적인 민간 협의 및 조정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핵심기능과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정관에 명시된 조직고유의 목적사업과 협의·조정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적합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의 복지환경과 지역 내 전달체계변화에 따른 조직의 역할변화를 고려하여 사업체계를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협의회 역할수행과 관련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군·구협의회가 지역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주요기능으로 ‘지역사회복지활동에 대한 지원’과 ‘사회복지 정보제공’이 각각 75.7%로 가장 높으며, ‘지역사회복지정책 제안’ 및 ‘지역의 다양한 복지활동에 대한 중재 및 조정’이 72.2%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사회복지사업법 상에 제시된 사회복지협의회의 주요업무인 사회복지 관련기관·단체 간의 연계·협력·조정과 사회복지 소외계층 발굴 및 민간사회복지자원과의 연계·협력 등과 대부분 일치하는 결과이다.

 

즉 협의회의 새로운 기능설정 보다는 변화된 지역복지환경 내에서 기존의 주요 기능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협의회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지역복지전달체계의 핵심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협의회의 주요 사업방향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읍면동복지허브화 추진에 맞춰 재구성되고 있는 동 단위 복지네트워크의 주요구성체로 참여하여 지역사회의 문제와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복지이슈의 하나는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맞춤형 복지서비스제공이 가능한 전달체계로의 개편이다. 사회복지협의회는 복지소외계층 발굴 및 지원을 위해 2012년부터 ‘좋은이웃들’ 사업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2017년 현재는 전국 100개 시·군·구협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에서 수행하는 복지취약계층에 대한 발굴 및 지원업무에 대해 민간봉사차원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하는 것이다. 직접사업지원 체계를 갖춘 브랜드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내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보이면서 협의회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의 협의회 실태조사결과, 실제로 좋은이웃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협의회의 90% 이상은 이 사업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업의 활성화 정도도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72.7%). 이와 같은 좋은이웃들 사업은 공공의 맞춤형복지에 대한 보완적 모델로서, 특히 복지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민관협력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참여와 민간영역 활성화 필요

 

제도적 기준의 엄격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공공에서 상황적 판단과 탄력적인 지원이 필요한 맞춤형복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주민참여와 민간영역의 활동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공공은 사업의 추진주체로서 지역관리의 동력을 확보하고, 협의회는 민간영역의 사업 수행주체로서 사각지대발굴을 통해 파악된 위기가구에 다양한 민간자원을 발굴·연계하며 상시적인 지원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밀착된 사업간 연계와 사업수행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군구를 포괄하는 기존 협의회 사업의 물리적 범위를 동복지허브화사업에 맞춰 읍면동단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협의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조직고유의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공사례관리를 단순 지원하는 직접사업방식을 벗어날 필요도 있다.

 

나눔정보나 푸드뱅크와 같은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협의회 자체 사업들과 연계하는 것을 넘어 지역 내 민간기관 네트워크로 자원활용 및 협력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역량이 부족한 기초협의회에는 모니터링과 자문을 통해 전문역량을 쌓으며 지역 내 신뢰성을 얻도록 중앙협의회의 체계적인 사업지원 컨설팅이 뒷받침되어야하겠다.

 

둘째, 민·관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매개자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면서, 지역사회 내 다양한 민간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강화와 복지거버넌스에 기여하는 것이다. 개인 및 단체회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사회 내 민간네트워크의 중심조직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사업역량을 갖추는 것 이외에 지역사회 내에서 신뢰성을 가진 협의조직으로서 대외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다양한 주체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관과의 협력뿐 아니라, 민간영역의 구심점으로서 민간의 역량을 높이고 민간 사회복지분야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어야한다.

 

협의회가 민간의 대표성도 없고 네트워크 활동을 이끌 조직의 역량 부족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협의회가 회원기관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직접사업이나 위탁사업을 수탁하면서 회원단체들과 경쟁적 관계에 놓인다거나, 지역의 복지증진을 위한 대표성 있는 정책제안보다는 개별 기관·시설들 간의 이권추구에 관여하면서 지역사회 내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협의·조정 기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중심체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협의회가 지역주민들의 문제와 욕구를 적절히 파악하고 정책개발기능과 연구 및 조사활동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민간 복지사업을 발굴하고 지역복지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사무국의 기획력을 기르며 이를 전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회원활동 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관들과 신뢰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협의·조정에 따른 권한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민간기관·단체 간의 모임이나 네트워킹을 넘어, 민간기관·단체들의 이익을 옹호하며 공공과 협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민간대표성은 없고 역량도 부족하고

 

우선적으로 다양한 지역 및 회원기관의 욕구를 파악하고, 필요시 협의와 조정 기능에 그치지 않고 공공에 대한 견제와 민간에 대한 감시 기능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민·민네트워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지역욕구를 반영한 연대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관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나가도록 한다. 또한 회장 및 임원을 비롯한 협의회의 조직구성도 지역적 신뢰성을 높이고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인사로 구성하며, 지역단체장이나 기관장들과의 정기적 모임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과의 상시적인 협의를 통해 민·관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주요사업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회원단체들과 경쟁하지 않도록 하며 지역 내 민간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복지역량을 높이는 사업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특히 지역사회 내 각 조직 간의 협력적 연대를 위해서는 유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들의 역할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차별화된 기능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민·관거버넌스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는 유기적인 공생적 관계를 맺고 지역복지증진을 위한 공동의 협력적 활동과 이에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유사 활동 및 기능중복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셋째, 협의회의 다양한 복지정보 및 자원연계업무의 콘텐츠 융합과 물리적 통합을 통해 민간복지전달체계의 공유플랫폼을 구축하고 협의회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협의회는 사회공헌문화주도 및 종합정보 제공을 위해 사회공헌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역할기대도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존에 협의회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복지증진 관련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재구성할 뿐 아니라, 이를 지식공유 차원으로 확대하여 참여와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마을공동체 및 지역복지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홍보 및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단순한 사회공헌정보 제공을 넘어, 시·군·구단위에 분산되어 있는 중앙 및 광역, 기초자치단체의 각종 사회복지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지역주민들과 시설·기관에 종합적으로 제공하면서 사회복지 관련 여론을 이끌고 사회복지 이슈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온·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나눔운동을 전개하고 지역복지기관들에 후원대상자 연계 및 지원을 함으로써 협의회의 사회공헌정보 및 나눔 기능을 통합된 형태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보 및 자원공유를 넘어 다양한 민간의 영리 및 비영리 사회서비스의 수급과 관리를 담당하면서 지역사회 내 정보와 자원,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연계·조정되는 거점센터로 확대·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협의회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몇 가지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민간협의기구이자 지역복지전달의 핵심주체로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전체 시·군·구의 37%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기초협의회가 아직 설치되어있지 않으며 설치된 지역의 38%는 법인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홍선미외, 2014).

 

민간협의조직 제도화 방안 우선

 

시·군·구에서는 설치목적이나 조직기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생기면서 기초협의회의 기능이 축소된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협의회 설치나 법인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외부 동력을 갖추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기초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민간협의조직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 설치된 지역의 경우에도 법인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법인화를 통해 정상적인 조직기능과 안정적인 사업기반 구축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여건을 갖추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협의회가 민간의 대표성을 갖고 지역복지전달체계 개편과정에서 민간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간 네트워크의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부적인 사업역량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사업추진을 위한 전문인력 확충 및 사업역량 강화방안으로서, 협의회의 사업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 확보와 조직운영기준을 충족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군·구협의회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인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시·도 및 중앙협의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중앙차원에서 협의회 조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도적 위상을 높이는 역할 뿐 아니라, 광역 및 기초협의회의 공통사업과 특성화사업을 개발하고 보급하며 전국 단위의 사업 수행 시 지역역량에 따른 편차와 영향요인을 분석하면서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교육 및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협의회의 전국 조직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2월호(통권 10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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