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거나 새롭게 입안할 경우에 아동복지부터 노인복지까지 정책자문이 필요할 경우에는 복지관련 학계, 기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검증된 복지전문가 및 인력을 활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허준수 교수
허준수 교수
우리나라는 압축적 경제성장을 통하여 세계에서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고 2015년에는 세계 수출대국 6위에 오르는 경제적 기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빈부격차의 확대, 지속되는 불평등 및 불확실한 미래 등 부정적인 경제사회적 환경의 영향으로 작년부터 우리사회에 수저논쟁이 점화되었고, 또한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비하하는 용어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도 침체국면이고 우리나라의 국내외적 경제상황도 열악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 방향만으로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불평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제개발과 사회발전(Social Development)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하고, 특히 모든 국민들에게 경제성장의 과실을 합리적인 분배정책으로 공평하게 나누어질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과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구확정이 지연되면서 각 당들의 공천 작업이 늦어지고 짧은 선거운동 기간 안에 치러져 국민들이 입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정당의 공약과 입후보자들의 구체적인 의정활동 방향과 비전에 대하여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이 실시되었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20대 선거에서도 정당들은 각 정당들의 정치적·이념적 방향 등에 부합하고 각각의 정책공약들의 필요성, 실현가능성, 재원마련, 기존 제도와의 연계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선심성이며 실현 불가능한 수많은 정책 공약들을 제안하였다.

 

앞으로 제20대 국회가 개원되기 전까지 선결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각 당들이 제안한 수많은 정책공약들에서 우리사회를 행복공동체로 변화시키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을 선별해내는 엄중한 평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행복한 복지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20대 국회에서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정쟁은 줄이고 오직 국민들의 복지 향상만을 위해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앞으로 4년간 국회의원들의의정활동 노력과 방향에 따라서 우리사회가 변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다 행복해지고 우리나라가 복지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제20대 국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복지 정책관련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생애주기별 욕구 따른 이용자 중심 제도 수립

 

첫째, 각 당이 내걸었던 다양한 복지관련 공약들 중에서 어떠한 복지정책을 시급하게 입법화해야 하는지, 어떠한 복지서비스가 국민들의 복지욕구들을 해결하는데 진정으로 필요한지를 정치인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들의 편익과 국민들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여 비복지적이고 선언적이고 재원방안이 불투명한 실현 불가능한 정책들은 공약 실천과정에서 제외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당에서 제안한 공약이더라도 국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필요한 정책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입법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 당들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은데 이를 통합해 나가고,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들의 생애주기별(Life Cycle) 복지욕구에 따라서 이용자 중심(Client Centered)의 복지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각 당들은 협치의 자세를 견지하여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복지정책들을 실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관련된 각 당들의 주요 공약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공약은 청년희망아카데미, 경력단절 여성 취업서비스, 어르신 일자리 확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완화, 취약계층 정보통신서비스, 경력단절 주부 및 청년 취창업자 등 1인 1국민연금, 저소득층 사교육비 경감,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재직자 국비유학, 아동복지진흥원 설립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 차별 없는 여성일자리, 최저임금 1만원과 생활임금제, 가사근로자 최저임금, 경력단절여성 지원, 일가족생활균형실현, 남성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 고용보험 사각지대해소, 가족지원기본법, 교육기회 격차완화, 건강보험 부과기준 개선 등이다.

 

국민의당 공약은 사회보험공공부조제도 사각지대 해소,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공공보건의료 확충, 1소득자 1연금, 국민연금 양육크레딧, 학자금 금리완화, 임금격차 해소, 청년고용할당제,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 기초연금법 개정, 노인일자리 수당 인상, 공공 노인장기요양시설 확충, 장애인 소득보장 등이다.

 

정의당 공약은 산모·영유아 방문간호사, 육아휴직급여 인상,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제, 아동학대 신고시스템, 학교사회복지사전문상담교사 확충, 반값 등록금, 청년고용할당제, 저소득 층 부채탕감, 부양의무제 폐지, 공적연금 OECD 수준 노후소득 보장, 공공실버주택 확대 등이다.

 

구조적 문제 변화시킬 합리적 개선방안 제시

 

둘째, 새로운 법안을 제안하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 및 전달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국회에서 제안된 많은 법안들이 기존의 복지제도 및 전달체계 등과의 연계성은 고려하지 않고 입법화되어 신규법안 때문에 기존의 사회복지환경에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기존의 사회복지관련 법규나 제도들을 충분하게 검토하고 분석한 상태에서 입법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시급한 법안이나 기존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임시방편적이고 미봉책(Patch Work) 수준의 복지정책의 입안을 지양하고 우리나라 복지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Institutional) 차원에서의 복지정책 법제화를 지향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및 사회서비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보험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국민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산하 국민건강보험 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운영하고 있고,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을 통하여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에 시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포함하여 각각의 사회보험들의 구조적인 문제점들과 사각지대의 해결방안 등에 대한 논의들은 이미 끝났지만 그동안 실제적인 제도개선 및 발전에 대한 국회의 의지부족과 합의실패로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선진화 방안들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다.

 

공공부조(Public Assistance)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아동복지부터 노인복지업무가 읍·면·동사무소를 통하여 제공되고 있는데 절대빈곤층 중심의 지원제도로 인하여 차상위 계층과 빈곤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은 미흡한 측면이 많다. 앞으로는 공공복지서비스를 중산층 계층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국민들의 생활밀착형 복지문제들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복지전담공무원이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복지전담공무원의 충원문제는 정책공약으로 항상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아서 복지전담공무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소진상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사회복지서비스(Socia l Welfare Service)는 아동복지부터 노인복지서비스까지 인구대상별의 구분에 따른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사회복지서비스의 양적측면과 질적 측면에 있어서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2011년부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현 사회보장정보원)에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시스템을 통하여 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장애아동 가족 지원, 임신출산지원, 에너지바우처 등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대상인원, 급여수준 및 급여기간 등의 제한으로 인하여 진정한 복지서비스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이라는 용어는 거창한 사업이 있으나 수년간 이사업의 내용과 방향이 불투명하고 정확하게 수립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의 몇 가지로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의 실효성과 효과성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복지욕구에 대응하는 사회서비스사업들을 추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서비스를 지역사회 내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공·민간 복지기관 및 단체들의 지원과 육성을 통하여 전 국민의 복지욕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의 개발과 확충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지역밀착형 복지전달체계 수립

 

셋째, 제20대 국회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복지욕구들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지역사회내의 '지역밀착형(Community Based)' 복지전달체계 수립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2000년 이후로 우리나라의 복지예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회보험,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분야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차원에서 입안된 복지정책들이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대상자들이나 지역주민들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개선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의 복지예산은 증가했는데 주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증가하지 않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에서 작동하는 효과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복지관련 기관이나 단체들을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내의 복지관련 기관들(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정신보건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보건소, 이용시설, 생활시설, 주민복지센터 등)이 체계적인 연계망을 수립하여 지역사회의 복지 분야별 이슈와 문제점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방안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역사회내의 복지사각지대나 계층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대도시, 중소도시 및 농어촌 등의 지역에 따라서 지역사회의 특성, 인구분포, 경제상황 및 복지자원 등에서 많은 차이점들이 발생한다. 지역특성 및 유형에 부합하는 복지전달체계의 수립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약의 현실화로 복지욕구 개선

 

끝으로, 모든 선거에서 복지정책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공약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약(空約)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제20대 국회에서는 각 정당들과 당선자들이 제안한 공약들이 현실화되어서 국민들의 복지욕구들이 점차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복지문제들과 이슈들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각되면서 복지분야의 전문인력보다는 자칭 복지전문가라고 활동하는 비전문가들의 잘못된 조언과 정책자문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정책과 제도들이 전형적인 복지제도의 내용과 프레임을 벗어나거나 비복지적·비전문적인 방향으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거나 새롭게 입안할 경우에 아동복지부터 노인복지까지 정책자문이 필요할 경우에는 복지관련 학계, 기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검증된 복지전문가 및 인력을 활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들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어느 스웨덴 국회의원의 말처럼 제20대 국회에 입성할 당선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소속 정당과 개인적·정치적 지향을 초월하여 국민과 지역사회를 온전히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행복한 복지공동체 사회로 진입하는데 초석을 다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6년 4월호(통권 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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