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복지연합회는 1955년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전쟁미망인과 아동, 소외된 여성들의 보호와 복지를 위해 창립됐다.

 

김상림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회장
김상림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회장

 

"한부모가족정책만 잘 풀어도 출산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유일한 연합체인 한국여성복지연합회 김상림 회장은 한부모가족의 복지와 자립지원 확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역으로 현재의 한부모가족정책이 대단히 미흡한 것을 두고 토로하는 아쉬움이다.

 

김 회장은 한부모가족복지 정책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의 복지마인드를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예산이 연 6000억원 가량으로 보건복지부의 1/100밖에 안 된다. 파워도 부족하고, 한부모가족 정책에 대한 노하우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그는 '복지영역'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이 외로우면서도 힘들다고 했다. 사실 사회복지 직능단체는 거의 보건복지부와 연관을 맺고 사업을 펼친다. 유일하게 한국여성복지연합회 사업만 여가부로 속하게 되면서 '독립군'이 됐다.

 

한부모가족 178만 가구…또 다른 가족

 

한국여성복지연합회는 1955년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전쟁미망인과 아동, 소외된 여성들의 보호와 복지를 위해 창립됐다. 연합회는 그동안 한부모가족의 정책참여, 조사연구, 교육훈련 사업 등을 펼치며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힘써왔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현재 127개소가 있으며, 이 가운데 109개소가 여성복지연합회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더욱이 2015년 현재 우리나라 한부모 가족은 178만3000가구에 달한다. 총 1870만 가구의 9.5%에 달하는 수치다. 하나의 가족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회장은 한부모가족정책과 저출산 극복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가족정책은 저출산·고령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부모가족정책도 접근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대한 지원도 이러한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말로만 해서 과연 저출산이 극복되겠는가. 제대로 된 한부모가족정책만 잘 시행해도 출산율이 확 올라갈 것이다."

 

김 회장의 지적이 날카롭다. 이혼 등에 따른 가족해체가 만연한 시대상황에서 한부모가족정책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이냐는 반문으로 읽혀진다.

 

김 회장은 5년째 한국여성복지연합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운영은 "한마디로 끔찍하다"는 것이었다.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노인장기요양, 장애인시설로 전환한 시설도 있다. 지금의 시설은 지난 60년 동안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다. 규모도 적고, 시설수도 많지 않다보니 조명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이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 회장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직무에 한부모가족 관련 사무를 명시하고, 독립적인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한부모가족정책 위상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그 중요성을 대내외에 표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한부모가족지원법' 전면개정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과제라고 한다. 김 회장은 "한부모가족에게 적합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부모가족지원법'을 전면개정,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실질적인 지원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현재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전체 저소득 한부모 가운데 2%만 입소, 일정기간 거주하는 생활시설이어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시설유형별로 전문성을 담보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한부모가족의 실질적인 자립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생계비, 아동양육비, 아동교육지원비 등 복지급여의 적정한 집행도 강조했다. 특히 교육지원비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의해 유명무실하게 된 상황이어서 그의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양육비이행관리원' 독립기구화 강조

 

김 회장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독립기구화도 한부모가족들의 절실한 과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양육비는 한부모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법 체계상 한부모가족지원법과 관련있어 이 법의 조직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독립적인 기구로 설치되어야 할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내에 설치, 건강가정 사업과 함께 수행함으로써 전문성 저하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임기동안 이러한 한부모가족정책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토론회도 열고, 건의서도 내봤지만 개선이 여의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올해 말이면 그의 임기는 끝난다. 하지만 한부모가족정책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노력에는 '시효가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얘기다.

 

"문제의 근원은 찾았다. 이제 그것을 도려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서둘러서도 될 일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비록 힘의 논리에 의해 좌절됐지만, 한부모가족정책은 장기적 비전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 멀리 내다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효율적인 정책과 맞닿을 수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한부모정책을 직수입해 압축성장을 가져왔지만, 현재의 복잡다단한 한부모가족문제를 풀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그러면서 "직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주거에서부터 생활까지 지원하는 독일의 한부모가족정책이 부럽다"고 했다.

 

사실 인터뷰는 이 대목에서 끝이 났다. 그런데 사진을 촬영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한 말씀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출마선언'이 나왔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한국여성복지연합회장직을 내려놓고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중심세력은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라고 본다. 만약 서사협 회장에 당선되면 한사협 개혁의 물꼬를 틀 생각이다. 한사협이 민간 사회복지의 대표기관으로서 사회적 발언들을 무게감 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전달체계와 민간전달체계의 동반자적 파트너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

 

김 회장이 처음 밝히는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선거 출사표다. 그의 갑작스러운 '출마선언'에 당혹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한국여성복지연합회 역할과 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는 자리였지만 전격적인 출마선언이라니,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었다. 그래서 '오프더 레코드' 여부를 물었다. 김 회장의 답변, "말한 그대로 써 달라."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6년 3월호(통권 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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