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속에서 보낸 5년은 부산이 겪고 있는, 지역과 복지의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박영규 회장
박영규 회장
Q |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에 취임한지 꼭 5년이 지났다. 그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내 민간복지 모든 영역의 목소리가 모이고 이를 대변하는 곳이다. 협의회 속에서 보낸 5년은 부산이 겪고 있는, 지역과 복지의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민간복지계와 시민이 함께 하는 연대의 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복지현안에 대해 지역사회와 고민하고 토론하여 대안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비전과 의제를 제시하고자 애써왔다. 지난 5년 동안 항상 곁에서 함께 애써주신 분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것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Q | 지난 5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를 꼽아달라.

 

"소통과 참여를 통한 변화를 슬로건으로 부산지역 사회복지계와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복지사업법과 '협의회'라는 명칭에서 나타나는 조직의 정체성을 부산지역 복지계와 함께 구현하려고 했다. 그 결과 약 18개 내외의 사회복지직능단체장 회의를 비롯하여 직능단체실무자회의를 정례화하였고,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존재하는 부산사회복지모금기관협의회와 부산기업복지넷이라는 네트워크를 조직·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의 외연이 많이 넓어졌다. 기존 민간복지 영역은 물론, 교육·법·문화예술·경제·시민사회 영역까지 부산시 전역의 다양한 지성이 임원 또는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정책기획위원회를 비롯하여 대외협력, 윤리경영, 교육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복지의 흐름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 복지계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인프라 확장을 위한 부산복지종합센터 건립도 가시권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 5년여 동안 부산시 및 시의회와 끊임없이 논의한 끝에 현재 지역사회복지계획에 편입되고 예산 확보를 포함하여 후보 예정지를 특정하기 직전의 상태이다. 종합센터 건립은 지역복지의 거점 확보라는 오랜 숙원 해결을 통해 민간복지 800여 개의 기관·단체 간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약 2000여 명의 사회복지종사자와 함께 부산시장 후보자에게 5가지 부산복지의제를 외쳤던 '부산복지요구대회'를 비롯하여 기초연금 이행 정상화를 위한 서명운동과 언론홍보, 시민의회, 의정모니터링 활동, 사회공헌정보센터 사업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의제를 개발하여 대중이나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가고 있다. 아직은 만들어나가는 단계라 미진한 부분도 많지만 지역공동체와 함께 방향을 정하고, 초석을 다졌다는 부분에서 고무적이다."

 

Q |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의 이색사업을 소개해 달라.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부산만의 특징적인 사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전국 최초이자 최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 윤리경영 확산사업'을 들 수 있다. 지역복지에 애쓰는 대부분 기관이, 복지라는 업의특성상 투명성과 윤리, 인권이라는 부분에서 더욱 애쓰고 있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과 그늘은 어디든 늘 존재해 왔다. 부산은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윤리적인 복지사업 실천 문화가 지역에 확립 되도록 '사회복지 윤리경영 확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의 기관들이 윤리경영 협약과 선서를 실시하고, 대표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정례적인 인권 및 윤리교육을 실시하며, 최종적으로 각 기관이 저마다의 윤리교육 헌장을 마련·실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복지영역의 많은 분들이 윤리와 투명성, 인권과 클라이언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는 그를 위한 자정분위기와 윤리경영에 대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적용하고 있다. 관심 있는 지역과의 공유를 통해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업과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Q | 현재 부산지역 사회복지계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현재 지역복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송파 세모녀 사건이 이젠 잊혀져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사회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다. 공공복지의 그늘에 자리한 이들을 찾고, 지원하는 것이 민간복지의 큰 역할 중 하나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해 청년과 장년이 동시에 빈곤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민간복지의 안전망 역할은 더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복지는 권리라는 인식 변화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는 복지에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사회보장사업 유사중복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그 효율성을 증명해내지 못하는 제도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라지기도 하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비영리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에 자립이라는 항목을 부여하여 주민과 함께 몇십년을 더불어 온 기관 존립에 큰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효율이 만능으로 작용하는 사회일수록 그늘 또한 넓고 짙은 법이다. 경쟁은 결국 도태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가 이를 감싸왔다. 그런데 이제 복지도 효율이란 잣대로 재단되니 사회에 드리워질 그늘의 깊이가 걱정된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근대라는 시대가 도래한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저출산, 청년실업, N포세대 등 이들이 건강한 사회 속에서 꿈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사회안전망이다. 노령사회와 인구절벽 앞에 선분들 역시 돌아봐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온 사회의 어른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역의 동반자 또한 민간복지영역이다. 이 부분이 쇠퇴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지역복지 최대의 현안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Q | 부산지역 사회복지시설·기관 종사자의 처우는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어떤가.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부산의 경우도 2012년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부산의 조례가 특이한 점으로는 조례 내용 중 제9조에 '처우개선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고, 이를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로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위원회를 심의기구로 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처우개선위원회 활동을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구조인 처우개선실무위원회와 처우개선현장실무위원회를 두어 민·관이 함께 처우개선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 실태를 조사하지 않아 정확한 실태파악은 어렵고, 부산시의 경우 18개의 직능단체별 임금 기준이 모두 달랐던 3년 전에 비하면 '단일노동단일임금'의 기조아래 2016년에는 7개 유형의 이용시설이 단일급여체계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전체 시비지원시설의 경우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의 97%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상회하는 서울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단일노동 단일임금 체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Q | 한국사회복지협의회-광역사회복지협의회-기초사회복지협의회는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협의회는 사회공공의 편익을 목적으로 하며, 지역복지에 그뿌리를 두고 지역복지구성원의 결사체를 그 공동체의 근간으로 삼는 조직이다. 때문에 전국조직임에도 각 협의회가 독립된 법인이며 관계는 수평적 연대를 이룬다. 공익법인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간 긴밀한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져야 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사회·경제적 구조가 서로 다르며, 지역 문화의 이해도 등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에 각 협의회가 기반 지역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사업을 하는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협의회는 획일화된 거대조직이라기 보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서로의 영역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공유하는 긍정적인 복지의 합집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민간복지의 합이기도 하다."

 

Q | 현장의 사회복지서비스는 민·관협력이 잘 어우러질 때 시너지효과가 크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부산시와는 '부산시장과 직능단체장 간의 간담회'를 연례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시정 차원에서 논의하는 소통구조를 마련하고 있으며, 실무차원에서도 다양한 민·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의회의 경우에는 '복지환경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정활동 과정에서 지역복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시의원들과 지역의 복지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의회 의정모니터 서포터즈'를 통한 개별 의원의 활동 모니터, 시민들이 참여하여 모의의회를 개최해보는 '시민의회 사업'을 시의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협력과 견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Q |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는 부산지역 민간사회복지기관의 중심인데, 민간기관 간 협의조정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지역복지기관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고 공유하고자 애쓰고 있다. 대부분의 광역협의회가 마찬가지겠지만 부산 역시 18개의 사회복지직능단체와 회장단회의 및 실무자 차원까지 정례적인 교류와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와도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 복지증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다양한 대 시민사업들 역시 협의회 혼자 진행한 부분이 아니다. 이는 부산의 특징일 수 있는데, 부산복지요구대회, 기초연금 이행 정상화를 위한 서명운동, 시민의회, 사회복지나눔대축제까지 협의회 홀로 이뤄낸 부분은 없다. 지역의 모든 사회복지직능단체와 공동으로 이뤄낸 성과다. 민간기관들에게 감사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유지를 위해 부산 협의회는 직접 사업이나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부산복지에는 사업이나 단체의 연대를 넘어 가치와 지향을 공감하고, 무엇이든 함께 가는 지역색이 있다. 지켜나가고 더 키워나가고 싶은 부분이다."

 

Q | 민간복지전달체계에서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견을 주신다면….

 

"결국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협의회는 지역민간복지기관을 넘어 다양한 전문영역의 전문가는 물론, 시민 누구나가 '복지'라는 가치로 공감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장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애써야 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에 복지라는 말을 검색해보니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라고 나오더라. 지역의 복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사업 정책이나 의제마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넘어서 건강, 생활, 생태복지에 이르기까지 복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기존의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 다양한 역할과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식의 자리를 지역전문가로 채우는 집단지성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역과 호흡하는 방법이다."

 

Q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하고 싶은 말씀은?

 

"종합사회복지센터 건립을 포함해서 부산의 여러 복지현안들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하나씩 마무리되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을 앞둔 시점에서 사회복지협의회의 전통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협의·조정기능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2013년 연임하면서 밝혔던 지역사회 복지 현안 해결과 정책건의, 입법조치 등 공공 사회복지의 기능을 촉진하기 위한 사회행동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부산, 울산, 경남 더 나아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권역별 공조를 통해 전국적으로 파급되도록 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근대 사회복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부산 복지의 구심체 역할을 해온 부산사회복지협의회의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부산 복지 발전사에 대한 자료를 모아 집대성하는 작업을 해서 후진들에게 부산 복지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6년 3월호(통권 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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