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식업중앙회가 '나눔과 섬김' 운동을 시작했다. 그 첫걸음은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중의 결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나타날 것이다.

차흥봉
차흥봉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살고 곡기로 버틴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식량 사정이 어렵다보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 먹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래서 음식 만드는 일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식사시간은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식생활은 많이 변했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증대와 생활수준의 향상,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으로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모되면서 가정에서의 식사보다 가정 외에서의 식생활이 늘어나고, 외식의 증대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산업 부문인 외식업이 크게 발전했다. 특히 웰빙 열풍과 주 5일 근무시대가 도래하면서 외식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문화의 발달로 외식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 폐단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부 업체의 얌체 상혼으로 음식물 안전사고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영양을 따지기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다보니 영양과잉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적 사정으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른바 영양과잉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큰 문제지만, 빈곤의 그늘을 드러내는 결식문제야말로 우리사회가 해결해야할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과제다.

 

필자는 1942년 일제말엽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평생 사회복지 인생길을 걸어왔다. 나라 잃은 설움과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질병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 영향으로 학창시절에는 빈곤, 질병과 같은 사회문제에 관한 분야를 전공하고, 그 후 공직생활, 대학교수 생활 등을 하면서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며 사회복지 인생길을 살아왔다. 그래서 필자는 인간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서도 결식문제만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은 사람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섭취해야만 하는 기본요소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거를 수 없는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푸드뱅크, 푸드마켓, 식품기부함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품을 나눠주는 기부식품제공사업을 199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식품음료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동안 4,929억 원 상당의 식품을 기부 받아 전달했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때마침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식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음식과 사랑' 봉사단을 출범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외식업 종사자들이 전국 4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 등을 잘 이용하면 결식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취약계층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 20세기 우리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보냈다. 국민 대부분이 가난의 아픔과 질병의 고통을 함께 경험했다. 다행히 20세기 후반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인간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사회복지도 크게 발달하여 이제 선진복지국가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있다. 앞으로 10여년 정도면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선진복지사회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복지국가 진입을 앞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식을 갖는 것이다. 서로 아끼고 돕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 국민이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를 만들 수 있다.

 

참된 공동체의식은 바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눔은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서로 나누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원시시대 이래 인류사회에서는 상부상조의 전통이 이어져 왔고, 중세 이후의 자선사업, 박애사업, 사회사업 등으로 발전돼 왔다. 현대국가의 사회복지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나눔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나눔은 그동안 주로 금전적인 기부행위로 인식되고 특정계층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금전기부에서도 법인 등 기업중심의 기부문화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기부의 대부분은 종교단체 기부에 머물고 있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효과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사회복지분야 자원봉사는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전체 자원봉사자의 1.5%밖에 안 될 정도로 일시적, 일회성 봉사에 그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 살펴보면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양극화 현상과 산업화 이후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문제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는 더욱더 크게,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다. 선진복지국가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사회복지 수요가 더 커져가는 형국이다.

 

국가도 이와 같은 사회복지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나눔의 본질적 성격상 국가의 사회복지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나눔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뿐만 아니라, 나눔문화 확산을 통한 민간자원 활성화가 매우 긴요하다. 사회복지의 본질은 인간사랑이고, 인간사랑에 바탕을 둔 나눔공동체는 모든 국민이 참여할 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눔은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동정과 시혜가 아니다. 나눔은 계층 간 양극화를 해소하여 사회통합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나눔은 우리 스스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우리사회를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하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발전한 만큼 더불어 함께 사는 복지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성숙한 나눔문화를 이뤄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눔은 금전적 기부(월급, 연금, 용돈, 부동산, 주식, 용역, 유산)뿐만 아니라 인적나눔(재능나눔, 멘토링), 물적나눔(식품, 생활용품), 생명나눔(장기기증, 헌혈, 난치병 진료지원), 휴먼나눔(휴먼네트워크), 사회공헌(행복나눔 N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형태가 있다. 따라서 개인, 기업, 단체 등 사회구성원 누구나 시간적, 공간적 경계를 넘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

 

나눔은 개인의 작은 참여에서 시작되지만 그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나타난다. 밥 한 공기에는 약 5,000알의 밥알이 들어있다. 따라서 5,000만 인구가 매 끼니마다 밥알 하나를 버릴 경우 모두 5,000만개의 밥알을 버리는 셈이다. 이 같은 셈법으로 5,000만 명의 국민이 매 끼니마다 쌀 한 톨씩만 나누면 5,000만개의 쌀을 모을 수 있는데, 이는 10,000명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쌀 한 톨은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여럿이 참여하여 모은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국민 모두가 경제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나눔에 참여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나눔과 섬김' 운동을 시작했다. 외식업 종사자 개개인들의 작은 참여로 시작됐기 때문에 그 첫걸음은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중의 결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나타날 것이다. 앞부분에서 언급한 기부식품제공사업도 처음 시작한 1998년에는 27억 원 상당의 식품을 기부 받았다. 그러나 매년 참여업체와 기부자가 늘어나 지난 2011년에는 36배나 증가된 966억 원의 식품을 기부 받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사회란 구성원 개체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총체다. 인간 사회는 전통적인 미풍양속, 문화, 가치관과 같은 질서와 법령으로 구성된 여러 가지 제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학적 생태환경보다 그 역동성이 훨씬 강력하다. 선진복지사회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한 한국외식업중앙회 사회공헌활동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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