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재원으로 정책 대안들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립된 정책이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이 그 주체인 수요자, 즉 부모가 공감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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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11년 무상급식에서 시작하여 복지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사안의 하나가 육아지원정책이다. 최근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자녀양육을 위한 육아지원정책은 미래인적 자원 개발과 저출산 대응 정책, 그리고 여성경제활동 제고를 위한 일가정 양립정책의 일환으로서 범정부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어린이집 확충과 더불어 보육서비스 이용비용을 중심으로 가정의 자녀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현 정부의 기본 방침은 0~5세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무상보육이며,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출산율 제고를 위해 무상보육 정책을 흡수하는 상태이다. 5세 누리과정 계획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에 대한 재원 부담은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과 통합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충당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보육예산 부족으로 정책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누가 금액을 부담할 것인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 공방이 연속되고 있다.

 

2012년 추정 유아교육・보육 예산은 유아교육 2조 804억원, 보육 6조 130억원으로 총합하여 GDP 대비 0.72%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0.7%에 해당하는데, 2013년도에는 GDP대비 1%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에 무상보육에 해당하는 지원은 정부가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부모보조금을 말한다.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하는 건수는 영유아 보육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2년에 3만 4천건이었으나 2010년 12월 기준으로 8만 7천건으로 늘어나 어린이집 이용아동 대비 68.7%를 차지한다(서문희 외, 2011).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보육지원이 장기적으로 효율성 있게 추진되려면 현시점에서 예산을 재정비하고 지원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무상보육의 확대와 함께 나타나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예산의 전폭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책목표와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보육지원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대상자의 확대와 예산 추가 투입만이 반복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보육정책의 목적으로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 부모의 일-가정 양립 지원, 비경제적 육아부담을 완화를 말할 수 있다(백선희, 2011). 그러나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고려한다는 목표를 전면에 두고 정책이 시행되지만, 실제로 아동발달을 지원하는 정책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문선화, 2011). 현행의 보육지원 정책이 아동의 복지보다는 혜택을 받는 대상의 형평성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육료를 지원받게 되어 부모들은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 것을 결정하기 쉬워졌지만, 보육시설 및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자가 많아지고, 수요가 많으니 보육교사의 업무가 과중되어 보육의 질이 낮아 질 수 있다. 2012년 무상보육으로 인한 대기아동의 수가 복지부에서는 86,000명, 지방정부는 191,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영아 어린이집 이용수가 79만명으로 유아 54만 명 보다 많으며 종일 보육서비스 중심으로 쏠림 지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아보육은 고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추가 소요 비용마저 예측하기가 어렵다. 현장의 상황이 악화되고 보육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리 보육료를 지원받아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아동과 부모, 보육시설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이루려는 정책의 목표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보육료지원의 확대 이전에 어린이집과 보육 현장의 공공성 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아의 경우에는 가정양육을 권장하여 부모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아동이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지원 대상에 따른 무상보육의 서로 다른 지향점에 따라 지원하는 방법과 지원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무상보육 정책은 영유아기에 시작되는 빈곤과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저소득층 우선지원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무상보육 정책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할 것인지, 적은 대상이라도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할 것인지 등이 구별되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출산과 육아에 집중되고 대부분 저소득층 위주로 지원된 것이 정책의 체감도를 낮추고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보육서비스는 사회복지서비스로서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현재에는 서비스 대상자의 요구가 아닌 소득기준을 바탕으로 일괄적인 지원 분배를 하고 있어 보육서비스가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취업모를 위한 차별적 정책 부재로 맞벌이 가족의 지원 요구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고, 다양한 근로 유형 및 근무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이 과거의 저소득층 중심의 보육료 지원에서 보편적인 복지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전 계층에 걸친 부모의 양육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보육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서비스 대상자의 요구를 구체화 한다면, 일괄적으로 1일 12시간의 보육서비스를 기본 제공하기 보다는 부모와 국가가 조화롭게 아동양육에 공동 책임을 가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동이 필요 이상으로 어린이집에 머무르는 것을 지양하고, 취업모와 비취업모의 다른 양육요구를 고려한 운영방식이 제안되고 있다(백선희, 2011). 해외사례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기본 인프라를 종일제, 개방형, 가정보육, 방과후 클럽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용시간은 호주의 경우 시간당으로 하고, 베를린시의 경우에는 5,7,9시간의 3유형으로 나누어 선택하도록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셋째,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에 적절한 보육지원인지에 대해서도 그 효과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상보육 정책의 또 다른 추진 배경은 일-가정 양립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낮은 출산율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자녀양육이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혼여성 취업자는 저숙련, 저학력, 저임금 노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럽복지국가형 지원정책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이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높은 상태에서 이를 지원 보완하는 형태가 아니라, 노동참여율 자체를 높이도록 양육의 부담을 줄이는 형태의 모형이 필요하다(최성은・우석진, 2009). 현재는 저소득층 여성이 생계유지 필요성으로 취업한 경우 자녀양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보육료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하여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점차 나아가서 여성의 취업으로 가구소득이 증가하여 보육료지원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체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산층을 대상으로는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여 여성의 노동공급 활성화를 지향할 수 있도록 지원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현행 보육료지원 대상은 소득구간별 비연속성으로 인해 노동유인이 감소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논의가 있다(최성은・우석진, 2009). 결과적으로 각각 부모의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노동참여의 욕구와 자녀양육의 책임을 적절히 분담할 수 있는 지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절차가 이해될 수 있도록 무상보육 투자의 결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실제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의 사람들이 지원을 받도록 하고, 이중혜택이나 절차상의 방법을 이용하여 지원이 필요 없는 대상이 지원을 받는 경우 등을 해결해야 한다. 육아지원을 목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이 있으나 이러한 사업들이 통합적으로 조정, 관리되지 않으면 국가지원이 특정 계층에게 집중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백선희, 2011). 무상보육의 혜택을 받고 있는 지원자 관리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여 데이터를 관리하고 갱신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적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공관리기구를 설립하여 담당 공무원을 확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부정행위 처벌 규정을 강화하여 보조금 부당 수당,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엄격한 조치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육아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집중에도 불구하고 육아정책의 대상과 지원 방법, 지원 수준, 이용자의 비용 부담 수준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합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육아정책이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제한된 재원으로 정책 대안들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립된 정책이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이 그 주체인 수요자, 즉 부모가 공감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자녀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이 어느 정도 합의되고 공유될 수 있는 것인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국민은 어느 정도 세금을 부담할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이 글은 <월간 복지저널> 제49호(2012.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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