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양육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신중한 검토와 준비도 없이 미국의 단기보호제도인 가정위탁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상근 회장
이상근 회장
이상근 한국아동복지협회 회장

 

2012년도는 한국 사회복지가 6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는 아동복지의 역사이며, 아동복지의 역사는 아동복지시설, 그 중 아동양육시설의 역사이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부모잃은 고아와 미아 등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을 때 선친 등 사회복지 선구자들은 이들을 모아서 자기 전 재산을 희사하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길러내어 우리사회의 당당한 역군으로 만들었다. 저를 비롯한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들은 선배들이 이룩해 온 업적에 대하여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요보호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언잖게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왔다는 일부 학자들, 시민단체 등에서 일부 사회복지법인이나 시설의 비리를 떠들어대는 일부 시민운동가 등이 그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이들은 시설병(?)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가정이 문제이다. 아동은 친부모가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친부모가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는 안정적인 양육을 위해서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그런데 이들이 주장하는 가정은 친가정 복귀도 입양가정도 아닌 위탁가정이다.

 

이들은 200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하여 권고한 '가정위탁 보호를 포함한 대안양육에 대하여 그룹홈과 대안양육 체계의 숫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 특히 위탁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카운슬링과 지원체계를 강화할 것'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사용한다. 1990년대 모 단체가 한국형 아동보호수단이라고 자랑하던 소년소녀가장제도가 위 위원회로부터 아동학대란 비난을 받으면서 그 대안으로 2000년에 가정위탁보호제도 시범사업이 실시되었고 2003년 전국에 17개소의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설치되었다. 현재 가정위탁의 90% 이상이 대리 및 친인척 위탁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과거 소년소녀가장이 전환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7년 4월 용역과제로 '가정위탁보호 활성화방안 연구'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각종 가정위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들어서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무계획'에서 '요보호아동을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에 우선 배치하여 가정보호를 강화하고, 양육시설의 소숙사화ㆍ공동생활가정 부대설치를 유도'하기 위하여 가정보호 관련 지침 변경('12.2월) 및 시설기준 변경 관련 법령 개정('12.8월) 추진한다고 하였다. 자립지원 프로그램 대상을 시설 아동에서 공동생활가정ㆍ가정위탁까지 확대하고 아동발달지원계좌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아동분야 사업안내'에 '요보호아동 발생시 만2세미만 아동은 가정위탁으로 우선 배치' 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국회에도 긴말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난 7월 20일 입법공청회에서 '7세 이하의 요보호아동에 대하여 가정위탁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 하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제안 이유로 가정위탁이 가장 좋은 보호수단 중의 하나이고 시설보호에 비하여 양육효과가 우월함에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행정적으로 번거롭고 익숙하지 않아 가정위탁보다 시설보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동 개정안을 제출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 5일자로 시행되는 개정 아동복지법 제2조, 제15조를 보면 보호대상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의 의뢰를 받은 때에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하여 보호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호조치를 할 때에는 해당 보호대상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며, 보호자가 있을 때에는 그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아동보호의 기본원칙인 아동의 최상의 이익 및 의사 존중과 부모의 의사를 듣도록 한 것보다 가정위탁을 우선하라고 한 것이 어떤 원칙에 의한 것인지 심히 의구스럽다.

 

우리나라의 가정위탁제도는 90%이상이 대리 및 친인척 위탁으로 이는 과거 소년소녀가장이 전환된 것인데, 보건복지부가 위 연구과제에서 모형으로 제시한 미국 가정위탁제도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가정위탁제도는 입양과 연동되어 있으며, 1년이라는 제한된 기간에만 제공되는 서비스로서 영구보호계획을 반드시 수립하도록 되어있다. 'Adoption and Safe Families Act 1997'에서는 가정위탁 후 1년 후면 공식적인 입양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가정위탁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아동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거나 입양이 늦어질 경우 특정 위탁가정에 장기보호 되거나 여러 위탁가정을 떠돌게 되는 현상(Foster Care Drift)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가정위탁 상담원의 1인당 평균 사례 수가 24~31명인데도 업무스트레스, 과도한 사례 수 등으로 상담원의 30~40%가 이직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담원의 보호사례 수는 222명으로 미국에 비해 7~9배나 많은 사례수를 맡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상담원들은 가정위탁이 활성화할 경우 위의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 2011년 가정위탁보호 현황보고서)

 

미국 가정위탁보호제도는 1900~1920년대 시설보호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한 것으로, 거의 100년의 차이가 나는 현재 우리나라 아동양육시설과 비교하여 그 당시에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가지고 시설보호를 가정위탁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사대주의적이고 사회복지의 발전과정 등을 모르는 처사가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가 시설보호를 보편적 아동양육수단으로 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발발에 따라 아동양육시설이 대규모 만들어진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혈연 등을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의 특성상 입양 등이 활성화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 등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아동양호시설이 500여개가 넘으며 요보호아동의 90%을 시설보호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아동양육시설은 6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국회, 정부와 시설장 및 시설종사자 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서비스의 폭과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으며 이는 같은 아동양육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 등의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아동양육시설은 가정적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하기 위하여 현대식 건물로 신ㆍ개축되면서 복도형 대숙사는 없에고 독립건물로 분리하거나 같은 건물도 아파트나 연립주택같이 분리된 방에서 별도 생활하는 소숙사나 그룹홈 유형 양육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아동 1인당 거실면적도 6.6m²를 넘도록 되어 있으며 침대, 책상, 옷장 등도 개인별로 사용하는 시설이 많이 있으며 IT방, 상담실, 다목적 강당, 도서실, 농구장, 축구장 등도 시설에 있다. 다양한 문화 및 체육프로그램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는 국토대장정 등 야외캠프가 활성화되어 있다. 1년 365일 다양한 시설내외의 프로그램에 아동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것은 보육사 등을 포함한 사회복지사, 영양사, 생활복지사, 임상심리상담원 등 전문가가 5천명이 넘게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사는 가정적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하도록 0~2세는 아동 2인당 1인, 3~6세는 아동 5인당 1인, 7세이상은 아동 7인당 1인이 배치되어 있다. 위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초중고 학습지원을 통한 대학교 진학 유도, 문제행동 개선을 위한 종합심리검사를 통한 심리ㆍ정서적 중재 프로그램 운영, 문제아동 등에 대한 사례관리, 진로 및 자립지원 프로그램 운영, 퇴소후 자립을 위한 아동발달지원계좌 운영 등 시설 내에서의 서비스 제공과 함께 퇴소 후의 자립을 위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퇴소 아동은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사회인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하버드 박사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금융정책공사 등에 당당히 입사하거나 일반아동들도 진학하기 어렵다는 SKY 등 세칭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우리나라 아동양육시설 서비스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가정위탁 우선지침에도 불구하고 요보호아동을 시설로 보내는 것은 지역사회에서의 위탁가정의 발굴 및 운영의 어려움, 특히 위탁가정에서 위탁부모와 친부모와의 갈등, 위탁부모와 위탁아동의 마찰, 위탁부모의 친자녀와 위탁자녀와의 마찰 시의 해소방안, 위탁가정에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성폭력 등 발생 시의 대책, 보조금 지원시의 회계처리 교육 및 사후정산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을 고려한 것으로서 이를 단순히 지자체 공무원들이 무사안일과 편의성 추구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자체 아동복지 관련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그럼으로, 6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선구자와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 등으로 만들어진 아동양육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신중한 검토와 준비도 없이 미국의 단기보호제도인 가정위탁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몇몇 사람들이 외국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떠들어 대는 소리에 따르기보다는 현재 시설에 있는 아동들의 변화하는 욕구에 맞추어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대선과제로 제시하여 주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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