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어려운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자기 친자식처럼 똑같이 키우려 하는 이들에게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신 울어 주기를 바란다.

김성덕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이사장

 

"도와주세요!"하고 울어라?

무슨 일에 있어, 자기가 요구하여야 얻어질 수 있음을 이르는 우리나라의 속담,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나 '울지 않는 아이 젖 주랴'는 말은 요구할 힘조차 없는 이들에게는 가장 속상한 말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동그룹홈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딱 싫은 속담이다.

 

나의 어려움(특히, 내가 못하는 것, 부족한 것, 없는 것,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을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하고, 더 없이 낮아져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이 먹을 밥이 없어서, 우리가 이번에 전기요금을 못 내서, 우리가 여행을 가려는데 재정이 부족해서…." 등등 우리가 미처 마련하지 못한 것들을 아낌없이 공개해야 한다는 자책(?)도 들게 한다.

 

선별적 복지에서도 제외된 그룹홈

최근의 무상교육이나 무상급식 등을 보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어느 정도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별적 복지에서도 사각지대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간과하고 진행된 측면이 있다. 특히 아동그룹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2004년부터 법제화되고 선진국형 모델이라는 찬사 아래 아동그룹홈이 전국에 확산되기 시작하여 아동청소년그룹홈은 2012년 현재 전국에 약 500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에 대해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일반인이나 행정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복지를 전공하는 교수, 일선 사회복지현장에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복지전담 공무원 등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2명의 종사자가 7명의 아이들을 정해진 주휴나 휴가를 활용하지 못한 채 24시간 365일을 돌보고 있다. 그것도 일반 아이들과 무언가 다른 특별한 점이 있어 양육이 비교적 어려운 아이들을…. 그리고 실제 시설을 운영하는데 지원받는 비용은 월23만원의 운영비가 전부이다. 종사자의 인건비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실무종사자 중 제일 적은 급여를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1년을 근무한 자나 10년을 근무한 자나 모두 동일한 사회적 일자리 예산을 통한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한 결과들이 누적되어 아동그룹홈은 어느새 최고의 이직률을 자랑(?)하는 복지현장이 되어 가고 있다.

 

마음대로 우는 것도 어렵다

"그룹홈에 대한 지원이 열악합니다. 지원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일명 '데모'라도 해야지 알죠!" 한다. 즉 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명 '데모'도 아동그룹홈 사람들에게는 화가 나는 단어이다. 두 사람이 일하는데 7명의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수도권으로 집회하러 가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모두 이끌고 집회장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장애가 이만 저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접 나서는 대통령

이미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바뀌어 가고 있는 정부의 정책기조는 환영할 수 있으나 아직도 섬세한 지원이 필요한 선별적 복지의 미해결 현장을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들이 직접 발 벗고 뛰어 주었으면 한다.

 

그 옛날, 임금이 잠행을 나서서 백성들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여 정치에 반영한 것처럼 이번 대통령도 그런 자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백성들의 어려운 현실 및 복지의 현장에서조차 소외되어 있는 이들, 특히 아동그룹홈 같은 이들을 찾아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는 혜안이 대통령에게 있었으면 한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공약들이 발표되는데 역시 그 속에 그룹홈에 대한 이야기들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키우느라 줄기차게(?) 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여건의 사람들을 위해 뛰어 줄 그런 사람들이 우리 아동청소년그룹홈에는 필요하다.

 

대신 울어줄 사람은 바로 당신!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어려운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자기 친자식처럼 똑같이 키우려 하는 이들에게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신 울어 주기를 바란다.

 

예전 어떤 국회의원은 르뽀 형식을 빌어 각종 현장을 찾아보고 그 현실을 책자 등으로 발표하는 것을 통해 주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꼭 그런 형식이 아니더라도 여러 대통령 후보들이나 당선된 대통령이 아동그룹홈 현장들을 방문하여 관련 정책들을 다듬어 주고 아이들과 종사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선진국형 대리보호 체계에 많은 관심이 가도록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 이후에는 목 놓아 울지 않아도 필요한 이에게 알아서 떡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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