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과 부랑인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정의 및 지원체계를 실질적으로 통합하고, 종합지원센터 관리계획을 세우는 등 법률 제정 취지를 바로잡아야 한다.

김현철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회장
김현철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회장
김현철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지난 2011년 한해는 노숙인복지에 있어서 가장 역사적인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노숙인복지 근거법이 최초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가결을 한 임시국회[2011. 4, 제299회국회(임시회)] 안에서 통과시킨 초유의 법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하겠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 취지와는 상당히 어긋난 법률 시행(2012. 6. 8)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률 제정 취지는 다음과 같다.

 

"현행 노숙인 등 지원정책은 주거, 일자리 지원 등 자활 프로그램과 예방 및 지원정책이 미비하여 시설 퇴소 후 가정과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무주거(無住居), 무연고(無緣故) 등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원화되어 있는 노숙인과 부랑인의 정의와 행정체계로 인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이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임. 이에 노숙인 등에 대한 지원체계를 통합하고, 주거, 급식, 의료 등 복지서비스 제공과 민간단체와의 협력사항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정하여 노숙인 등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려는 것임."

 

본고에서 법률 시행의 문제점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정의 및 지원체계를 통합하겠다고 하였으나 법률 제정 이전과 달라진 점은 단 한 점도 없다. 지원체계 통합은 법률제정 취지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행정부의 소극적행정이 매우 안타깝다.

 

물론, 부랑인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회복지시설 업무가 지방이양되어 노숙인업무만 중앙환원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공공의 내부 협력을 통해 이 부분을 관철시켰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간의 네트워크에 빈약한 모습은 실천현장에서 실망감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주거, 고용 등 타부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 역시 시행에 큰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점은 과연 법률이 왜 제정되었는가라는 회의마저 갖게 한다.

 

둘째, 법률 시행 프로그램의 핵심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노숙인이 거리로부터 발생되는 특성상 거리에서 초기사정을 철저히 해야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움직여질 수 있다는 전제로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 제정 이후 노숙인상담보호센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기존 상담보호센터를 종합지원센터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종합지원센터는 16개 광역지자체 중 6개 지자체(서울, 부산, 대구, 대전, 경기, 제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10개 지자체에는 노숙인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광주ㆍ전남지역은 시설(개인운영 포함)만 무려 10개소에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권역으로라도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업무는 몇 배 늘어났지만, 인력 및 예산 지원은 전무하다. 이는 얼마가지 않아 큰 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종합지원센터를 시설의 일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지원센터는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사정센터여야 한다. 주거, 고용, 의료, 사회복지서비 등 모든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고 적절한 시설에 의뢰될 수 있어야 하므로 그 권한은 남달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종합지원센터를 통괄할 수 있는 중앙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종합지원센터의 시스템만 구축하고 별도의 관리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아 보인다. 단순하게 데이터만 수집ㆍ관리하는 것은 법률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정책자료는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문제가 법률에 허점이 있어 그러한 것이라면 법률 개정을 통해서라도 실천되어야 할 중요한 지점이다.

 

노숙인 분야의 오랜 염원이었던 법률 제정. 실망스러운 시작이지만 문제에 대해 공유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려는 공동의 대안 마련이 법률 실천을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 공공간의 협력의 활발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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