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사업의 영리화를 위한 지침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며, 보다 확고한 빈곤보호정책과 일자리 지원을 위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최갑선 자활협회장
최갑선 자활협회장
최갑선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회장

 

복지부는 7월 1일부터 적용하는 하반기 자활사업지침 개정안을 6월 28일에서야 발표했다. 불과 1주일 안 되는 사전의견수렴 기간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 6월 26일 복지부와 운영협의회 간담회를 갖고 지침개정안에 대한 문제점과 부당성을 제기했지만 복지부의 자활사업 개정에 대한 방향은 바뀌지 않은 채 지침 적용이 강행되고 말았다.

 

수급자의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자활사업은 최소한 1년 단위의 자활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연초에 자활근로위탁계약을 통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한해의 중간에 발표되는 '자활사업안내'의 변경사항은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완 및 오류 수정 이상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은 기존의 자활사업 계획 및 계약사항을 전면적으로 파기해야 하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 복지부는 취약계층에게 근로능력 향상과 근로기회를 보장해야

자활사업은 총 4종류로 분류되는데, 근로유지형ㆍ인턴형ㆍ사회서비스일자리형ㆍ시장진입형이다. 근로유지형은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며, 나머지 유형은 지역자활센터가 우선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침에는 자활근로사업 중 사회서비스일자리형을 "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 제공으로 참여자의 자활능력 개발과 의지를 고취하여 향후 시장진입을 준비하는 사업으로 사업단형과 도우미형이 있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지침 개정안에는 "사업단형의 경우 매출액이 사업비의 50% 이상 발생하여야 함"으로 사업 존속을 위해 매출기준을 제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 20조 (자활근로) '보장기관은 법 제15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자활에 필요한 근로능력의 향상 및 기능습득의 지원과 법 15조 제1항제4호에 따른 근로기회의 제공을 위하여 수급자에게 공익성이 높은 사업이나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에서 유급으로 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25조(자활근로 대상사업) '집수리 도우미사업/환경정비사업/재활용품 선별 등 환경 관련 사업/ 시설물 정비사업/ 노인ㆍ장애인ㆍ아동의 간병ㆍ보육ㆍ보호 등 사회복지사업/ 숲가꾸기 등 산림사업/ 그 밖에 장관ㆍ지자체장이 정하는 사업(이 경우 수급자의 기능습득 지원과 근로기회의 제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듯 법에 근거하여 공익적이면서 자활참여자의 근로능력에 맞춰 일자리사업을 진행해온 지역자활센터는 앞으로 변경된 지침에 따라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일자리사업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2. 복지를 희미하게 하는 자활지침 개정안

더욱 심각한 것은 매출 발생을 위해 서비스 대상자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데 자활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 대상자는 모두 취약계층이다. 행려병동 공동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병원에 입원 시 병원간병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청과 협의하에 장애아동통합교육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하면서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자활근로사업은 수급자의 자활을 위해 기술을 익히고 숙련시키는 과정인데, 자활근로사업단 존치여부가 매출액을 통해 결정된다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해당 기술이 없는 수급자는 자활사업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복지간병 등 공익형 자활사업의 개념과 이용자의 실비 부담의 문제는 기존의 자활사업이 가지는 사회적 기여와 효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 중 무의탁 노인이나, 1인세대의 경우 병원에 입원할 경우 간병사를 유료로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며, 보호자없는 병실 등의 사업이 예산의 문제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무료간병을 중지한다면, 대대적인 사회적 반발이 야기될 것이며, 이들은 사각지대로 방치될 것이다.

 

3. 개정안을 내오기 전에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자활참여자가 자활사업에 최초 참여하면 상담과 교육과정인 인큐베이팅을 거치게 된다. 올해로 인큐베이팅은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하여 4년차인데, 복지부 담당자가 바뀔때마다 사업 내용이 변경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도 변경되는 데 이번 개정안에는 사업비 비율 축소, 시범사업 중단, 참여자 교육비 자부담, 교육 공간 임대료 사용 금지 등이 포함되었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해석이 다름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하지만 복지부가 자활현장을 너무 모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참여자 교육을 위해 내일배움카드(재직자훈련교육 프로그램 포함)를 활용하라고 하는 데 2011년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인해 자활참여자는 모두 고용보험을 가입하도록 특례조항이 만들어져 실업교육(직업능력개발법 12조 1항 2)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재직훈련과정은 수요자를 위해 주로 저녁시간에 배치되어 있다. 이마저도 농촌지역은 프로그램 자체가 개설되지 않거나 접근성이 떨어져 일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복지부가 추진하려는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선 우선 현장이 활용하기 수월하도록 여건 조성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4.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통해 수급권을 제한하고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빈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

경제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가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찾기 힘들다. 그런데 복지부는 올 10월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위탁하려 한다. 이미 이 사업에 70억 가까이 예산 배정이 되었다.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통해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하여 근로능력 수급자에게 자기 책임을 부여하고 수급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빈곤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위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핵심적 정신인 빈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의 회피이자 방기이다.

 

지역자활센터는 지난 12년간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지역주민의 복지향상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매년 1,000개(자활제도화 10여년간 1,000개 이상의 공동체 창업, 1개 공동체 평균 9.5명 참여) 이상의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이는 정부재정을 투입된 다른 어떤 일자리 창출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성과이다.

 

자활협회는 관련 사안을 갖고 7월 25일 복지부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복지부 관계자와 협의를 하였다. 일부 내용들이 연말까지 유예되기는 했으나 복지부가 계획하는 자활사업 방향은 변경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경제논리만을 앞세운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사업진행과 자활사업의 영리화를 위한 지침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며, 차기 정부는 보다 확고한 빈곤보호정책과 일자리 지원을 위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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