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와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복지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배윤규 회장
배윤규 회장
배윤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회장

 

2013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최고지도자인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는 복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외교 등 국가의 권한이 미치는 모든 영역과 국민의 삶의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차대한 행사이며, 누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 국민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돌이켜 보면 해방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의 주요 쟁점은 정치, 경제, 국방 위주였고 국가와 권력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 개개인의 인권, 행복, 복지는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2011년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이른바 복지확대와 보편적 복지가 정치권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되었다. 아직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비롯하여 각당과 대선 예비주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가의 정책 중 복지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확고한 철학과 비전 없이 공장의 상품처럼 복지정책을 마구 남발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복지인의 한사람으로서 금번 대통령선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복지공약(公約)이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사회복지인들이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복지정책을 발굴하고 각 정당과 차기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첫째, 국민복지기준선 마련하는 대통령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최저생계비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수준을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고, 최저생계비와 연동되어 결정되는 최저임금으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시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복지시민기준선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5대 영역에 대한 최저선과 적정선을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시의 문제와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인 복지권과 행복추구권을 담보해야할 국가의 마땅한 의무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마련하여야 하며,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복지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는 대통령을 요구한다.

 

둘째, 민간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대통령

2005년 67개 사회복지사업의 지방이양 이후 지역별 재정자립도 및 시․도지사의 복지마인드에 따라 사회복지사업의 지역간 재정불균형 및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2010년 사회복지관 보조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대구의 연평균 보조금은 5억 5천만 원에 달하고 있으나 충남, 광주, 제주 지역은 겨우 2억 3천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동일한 규모에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에게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사회복지관의 위·수탁기간을 주로 3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 보니 사회복지관은 잦은 위탁준비에 따라 행정력이 과도하게 낭비되고, 장기적 운영 및 사업계획 수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열악한 보조금 및 불안정안 위탁체계는 사회복지관이 전문성 축적을 방해하고 인력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며 결국 사회복지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관을 비롯하여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비를 100% 보장하고, 위탁기간 최소 5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이 없어 복지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농어촌지역의 기초자치단체에 종합복지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사회복지관을 1개소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하여 민간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활성화시키고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국민의 사회복지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요구한다.

 

셋째, 장애등급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대통령

장애 자체도 서러운데 장애에 등급을 매겨 서비스를 제공 여부를 획일적으로 판정하는 장애등급제는 그 자체가 구시대적 차별의식의 결과이자 행정편의를 위한 획일적 통제시스템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또한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보면 선별적, 잔여적 복지를 극복하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이다. 핵가족이 가장 보편적인 가족형태로 자리 잡았고 1인 가족 등 새로운 가족형태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선정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사회복지를 국가의 책임보다는 가족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시대적, 반복지적 잔재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요구한다.

 

복지정책에 대해 확고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복지공약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지금 이 시대와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복지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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