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고 전문성 있는 노인복지시설들이 지역사회에서 복 있는 노인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바른 정책 결정과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박진우 회장.
박진우 회장.

박진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이렇게 빨리 노인인구가 많아질 줄 몰랐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고령사회가 된 한국은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공감하고는 있지만, '노인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전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과 그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실시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4년이 흘렀지만, 막상 내 부모를 어디에 모셔야 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지, 믿을 수 있고 전문성 있는 노인복지시설은 어느 곳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효도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분간하기가 어렵다.

 

처음 제도가 시작될 때부터 정부는 요양서비스의 공급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제공기관들이 과잉 공급되었고, 그 결과 서비스제공기관들의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불법, 편법 운영 및 노인 유치 경쟁이 난무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서비스 제공기관의 운영 어려움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과 종사자들의 인권문제도 심각해지게 되었다.

 

투명성 있는 노인복지시설,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근무환경과 안정된 서비스 인력, 질 높은 서비스가 보장되는 프로그램, 일관성 있는 기준에 근거한 수혜범위의 적용과 경계 밖의 요보호 노인들에 대한 부양 등 풀어가야 될 여러 문제들을 보며, 노인복지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정하고 적합한 개선책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여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적 신뢰를 얻는 노인복지시설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인지능력이 낮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의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운영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절대 안 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상 질 좋은 식재료, 기저귀를 사용하기가 어렵고, 수준 낮은 서비스 인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요양서비스제공기관의 공공성과 신뢰성 확보, 투명성을 위해 지금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 서비스제공기관의 충족률이 130%가 넘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지자체가 서비스제공기관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이용 가능한 요양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와 노인의료비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제도이다. 요양병원의 증가는 제도의 설립취지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현상이다. 노인의 '사회적 부양'이라는 정부의 책임성 있는 개입이 절실하다.

 

둘째, 질 높은 서비스를 보장을 위해서 서비스 인력이 안정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110만여 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로 서비스제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30만여 명에 불과하다. 요양서비스 제공 인력의 핵심인 요양보호사는 저임금, 장시간 근무, 요양서비스 이외의 노동 강요 등으로 현장을 떠나고,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 되었다. 양질의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인력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이 최우선 과제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 최소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함으로써 장기근속이 가능하도록 임금을 보장하여야 하고, 비영리기관에 근무하는 서비스 인력의 처우개선비를 지원하는 등의 복리후생 지원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서비스 인력의 전문성 확보는 서비스 질적 수준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고급 인력이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과과정에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과정을 반영하여 조기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화문제에 대한 전문 인력의 관심과 참여 유도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에 있어서 현재 240시간 교육과 자격시험을 거치는 일반과정과 차별화하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40시간 교육과 자격시험면제 등과 같은 별도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노인장기요양보험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요보호노인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관심이 집중되어 양로시설, 독거노인 돌봄센터 등에 대한 지원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서비스제공기관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서비스 인력기준의 현실화,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에 적합한 서비스와 프로그램 지원, 주거 및 생활환경의 개선 등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복 없는 사람은 늙어보지도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많은 노인들이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다.'라고 말한다. 태어나는 생명이 소중하듯이 꺼져가는 생명도 귀하고 또 귀한 것이다. 오늘의 젊은이는 내일의 노인이 된다. 믿을 수 있고 전문성 있는 노인복지시설들이 지역사회에서 복 있는 노인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바른 정책 결정과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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