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황무지를 개척하며 피나는 고생을 했던 우리 선배들에 대해 감사하면서 희망찬 21세기 선진복지사회를 열어나가자.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임진년 흑룡의 해를 열며

 

2012년 임진년 용띠해가 밝았다. 용의 해는 갑진(甲辰), 병진(丙辰), 무진(戊辰), 경진(庚辰) 등 여러 종류의 해가 있는데, 임진년은 용띠 해 중에서 `흑룡(黑龍)`에 해당된다. 10 천간 중에서 '임(任)'은 물과 검은색을 상징하고, 12 간지에서 `진(辰)`은 용을 의미한다. 올해 임진년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이기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도 기대가 크다. 나라 안팎은 물론 우리 사회복지계에도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용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존재이었다. 용은 왕의 권위와 능력을 상징하였다. 왕의 얼굴을 용안, 왕이 앉는 의자를 용상이라고 하였으며, 국왕의 군대를 나타내는 황룡기, 왕이 입는 곤룡포, 황제의 도장인 옥보에는 어김없이 용이 등장했다. 또 용은 민속신앙의 대상으로도 쓰였다. 비를 내리게 하고 바다를 관장하며 요괴나 귀신을 제압하는 영험한 능력까지 부여받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용을 그려 가뭄을 막으려 했고, 어민들은 용왕을 달래는 용왕제를 지내 풍어를 기원했다.

 

용은 변화무쌍한 존재로 어려운 과정을 잘 견디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인물에 비유되기도 했다. '등용문(登龍門)'이라는 고사성어는 난관을 돌파하고 용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라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원래 용문(龍門)은 황하 상류의 협곡 이름으로 이 근처는 급류가 매우 빨라 아무리 큰 고기일지라도 웬만해서는 여기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처럼 각고의 난관을 뚫고 입신출세를 하게 되는 것을 '용문에 오르다'라고 하였다. 용은 이처럼 장원급제나 만사형통 등 상서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도 등용문과 비슷한 맥락이다. 임진년 새해를 맞아 용의 힘찬 기운이 사회 전반에 널리 스며드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사회복지 60년 기념사업 추진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복지국가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20세기 일제강점, 남북분단과 전쟁, 절대빈곤,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격한 사회변동 등 고난과 시련의 시대를 딛고 일어서서 외국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했다. 그동안 사회복지도 상당히 발달하여 제도, 시설, 프로그램, 인력, 재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선진복지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꿈에도 그리던 선진복지사회를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세기 100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아온 시대를 생각하면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복지의 대상이 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까지 제도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사회복지 현주소의 문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21세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고, 빈부격차 등 양극화문제도 커져가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 가족의 변화 등으로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2012년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꿈에도 그리던 선진복지사회를 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한다.

 

올해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사회복지사업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대표자들의 총의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설립한지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정부에서는 1952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복지 관련 법령이라 할 수 있는 사회부장관훈령 '후생시설설치요령'을 제정ㆍ공포하였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한국 사회복지 60년을 기념할 수 있는 홍보 동영상 상영, 60년사 전시회, 영상 사진전, 미래비전 선포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사회복지 60년 기념사업을 올 한해 전국적으로 실시함으로써 20세기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자랑스러운 사회복지의 역사를 조명하고, 21세기 선진복지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희망을 다질 계획이다.

 

대선ㆍ총선 대비 정책 위주의 실질적인 복지공약 개발

 

2012년은 글로벌 선거의 해이다. 전 세계 58개국에서 정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선거가 치러진다. 한반도 주변 4강의 경우 모두 대선(미국ㆍ러시아)과 총선(일본), 당 대회(중국) 등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총선(4월)과 대선(12월)이 실시된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복지가 화두이다. 복지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보수, 진보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고, 여야 정파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복지가 발달할 때나 복지를 개혁할 때마다 치열한 논쟁을 해온 역사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념과 정파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논쟁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복지를 보는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이 문제다. 복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혹세무민하여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지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하고 이념적 논쟁에 치우쳐 극단적 편향으로 치닫는 것도 문제이다. 복지는 동네북이 아니다. 복지는 복지로서 중심이 있다. 21세기 선진복지국가를 내다보면서 복지의 중심에서 복지정책을 바로 세우고 바로 밀고 나가야 할 때이다.

 

원래 복지(福祉)라는 말은 인간이 안녕하게 사는 상태 또는 잘 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복지는 인간 사랑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인간답게 살 가치가 있다. 이러한 인간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복지의 본질이다. 이와 같은 복지의 본질은 이념이 다르다고 달라질 수 없고 정파가 다르다고 달라질 수 없다. A 정당은 복지를 하고 B 정당은 복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적 싸움에 불과할 뿐이다.

 

현대국가의 복지정책은 이러한 인간 사랑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발달해왔으며, 근세이후 인간존엄성 사상과 권리사상이 발달하면서 복지는 단순한 수동적 시혜로서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까지 발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복지는 연민의 정으로 시혜하는 것이라든지 공짜로 얻는 것이라든지 하는 해석은 아주 잘못된 것이며 그러한 논리는 복지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복지논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민과 관, 민과 민의 가교로서 사회복지 각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ㆍ결집하여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위주의 복지공약을 개발하여 선진복지사회의 실현을 다져나갈 예정이다.

 

희망찬 21세기 선진복지사회 견인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복지를 발전시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살고 중산층이 두터운 원형사회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20세기 후반에 발전시켜온 복지제도의 틀을 마무리하고 기존 복지제도 및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복지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념적 측면에서는 자유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 평등이념과의 조화로 사회연대성을 추구하고, 시장경제의 원칙하에 개인의 책임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가가 적절히 개입하는 중도우파 형 복지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형태가 대한민국의 사회체제에 맞고 전 세계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우파 형 복지정책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복지의 대상 면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형태를 상호보완적으로 혼합하는 것이다. 전체국민을 보편적 대상으로 하여 생활상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하는 사회보험제도를 완성하고, 구체적 보호가 필요한 국민에 대하여 선별적 원칙하에 보호와 복지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보호를 꼭 같이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란 이상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복지의 내용과 보장의 범위는 모든 국민의 생활상 위험으로서 의료, 소득, 주거 등의 기본적 수요와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의 수준은 보편적 사회보험제도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급여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선별적 공공부조제도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있는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복지의 재정책임 면에서는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개인의 책임을 기본으로 하되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국가와 사회가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다. 무상복지라고 해서 개인이 책임져야할 문제까지 모두 국가가 재정으로 책임지고 도와주는 복지는 불가능하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상의료와 같은 무상복지는 재정소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복지의 전달체계 면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만들어진 사회복지제도와 프로그램에 따른 급여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일선전달체계의 보완이 시급한 과제이다. 지역사회수준에서 지방행정기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민간 사회복지조직과 인력 자원을 활용하며 민ㆍ관 일체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복지국가,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과제들은 참으로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지난 20세기 국가적 시련기에 우리 선배들은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이제 우리가 본격적인 선진복지사회의 시대를 여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황무지를 개척하며 피나는 고생을 했던 우리 선배들에 대해 감사하면서 희망찬 21세기 선진복지사회를 열어나가자.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물론 저 자신은 희망찬 21세기 선진복지사회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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