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의 자존감과 역량이 배양되는데 전문적 협업을 극대화하는 곳으로 변신시켜야 한다.

김진우 덕성여대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우 덕성여대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어렸을 적에 어머니는 늘 나에게 '물 좋고 정자(亭子) 좋은 데가 없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두 마리 토끼가 다 이뻐보일 때 난 늘 이를 떠올리곤 한다. 욕심이 화근이 될 때도 참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이 위로가, 논리가 될 수 없다. 두 분야에 대한 전문가와 전체를 꽤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가 그야 말로 '물도 좋고 정자도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복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넓게 보다보면 아옹다옹 살아가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일상적 삶이 주는 교훈을 그냥 지나치기 쉬운 반면, 현장의 풍부한 목소리를 듣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그것을 정책 아젠다로 설정하고 법제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에 소요되는 예산이 정부재정에서 갖는 역동성에 대한 이해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시와 거시간의 간극은 예나 지금이나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양자를 균형 있게, 상호간 소통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면 많은 경우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이 딱 그 꼴이다. 현장은 정책과 괴리되어 상호 선순환적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책이 주어진 초기조건(Default Status)이며 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으로 간주된다. 물론 정부에서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정책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방편이지, 현장으로부터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자세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결과 사회복지 실천현장은 점차 황폐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그야말로 이를 객관화시키고 지켜보고 있다. 불이 타고 아우성인데 말이다. 국민 100명 중의 한 명이 사회복지사인 이 현실에서 사회복지사는 덤으로 얻는 스펙에 불과한 것이지 주업으로 삼아야 할 절대적 가치와 정언을 상실한지 오래다. 단지 자격증 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1급과 2급의 현장 분별력을 잃게 한 정부의 각종 지침들은 인력채용의 애로를 핑계 삼는 복지기관 경영주에게 면죄부를 부여한다. 더불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 또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주어진 근무조건이 열악한데다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이탈할 준비를 하려는 어수선한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 그 자리는 설익은 자격과 실력을 지닌 자의 몫이 되고 만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 도가니에 비춰진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비윤리적인 면에 대한 질타의 눈초리가 매섭다. 거기에 덧붙여 전문직으로서 소명을 다하겠다는 초심은 어디로 간데없고 직장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현실의 좌표에 대한 반성도, 사회복지의 역사의식도 자리를 잃게 한다. 전문성이 필 토양은 없고 온통 아스팔트 뜨거운 바닥위에서 이리저리 뒹구는 형편에 여러 기관들의 비리와 인권침해 기사들로 인해 속옷까지 뚫고 들어오는 비난과 의심의 눈길에 상처투성이가 되고 만다.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사치이며, 열심히 해도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자긍심을 갖고 사람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 실천현장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현대화계획(Modernizing Plan)을 수립·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복지기관들의 투명경영과 인권증진의 핵심은 종사자들의 인적 쇄신과 사업전문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학생들이, 인근 학문을 한 경력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사회복지 실천현장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이야 말로 우리 시대의 저출산·고령화 구조에 대응하는 최첨단 현장이요, 계속적으로 확대될 휴면서비스가 펼쳐지는 역동적인 장(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이 업(業)의 내용을 혁신시켜야 한다.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의 자존감과 역량이 배양되는데 전문적 협업을 극대화하는 곳으로 변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제도, 인사혁신, 전문성이 실현될 수 있는 예산구조 등에 대한 근본적 대안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뛰어난 재능과 헌신적인 성품으로 묵묵히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는 값싼 이데올로기는 그만 이용하자. 오히려 그 분들이 공무원이나 법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기 몫을 해 나가는 구조와 틀을 만들어주자. 정책을 통해 현장의 전문성이 살아나는 그 길만이 물 좋고 정자 좋은 사회복지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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