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상을 주고 격려하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참된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다.

[파워인터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

"밥 문제 해결해 주는 게 자원봉사의 전부가 아니죠. 경제가 발전할수록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더 늘어나고 자원봉사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집니다. 이같은 복지 수요에 맞게 자원봉사자가 더 많아지고 질적인 발전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차흥봉(69)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에게 '자원봉사자 등록 400만명 시대'에 대한 감회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모든 중산층이 크든 작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서 1회성이 아닌 자원봉사가 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잠깐 차흥봉 회장이 지난 40년 넘게 걸어온 외길 인생을 들여다보자. 복지 공무원을 하다 대학 강단에서 복지를 가르쳤고,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수장을 맡게 됐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사회복지라는 철길에서 기차만 갈아탔을 뿐 여전히 철길 위를 달리고 있는 인생'이다.

◈ 다음달 2일 10주년 '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 개최

요즘 그는 다음달 2일 백범 김구선생 기념관에서 열리는 '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회복지자원봉사'란 우리 사회에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여러 자원봉사활동 중에서도 가장 크고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 활동에 매진한 자원봉사자들과 기관, 단체들을 격려하고자 매년 열기 시작한 '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상을 주고 격려하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참된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다.

"너무 수적 팽창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차흥봉 회장은 "아직 멀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어려운 사람은 더 늘어나고 자원봉사에 대한 기대와 욕구 또한 다양해집니다. 그런 수요에 맞게 앞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도움을 받는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충분한 교감이 있어야 해요. 그런 관계가 곧 사회통합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질적으로도 성장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 복지 사각지대 없어야, 복지회전달체계 더 촘촘하게 개선

향후 협의회 회장으로서의 역할과 목표를 묻자 느닷없이 최근 화제가 된 '화장실에서 사는 3남매' 얘기를 꺼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을 하셨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화장실 3남매'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올해 나라 살림살이 309조원 가운데 복지 예산이 4분의 1에 해당하는 86조원이나 됩니다. 하지만 저 밑으로 가면 이런 복지혜택이 효율적으로 전달이 안돼요.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전문용어로 복지의 사회전달체계가 덜 성숙해서 그런 겁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고, 한 사람이 중복해서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전달체계를 더욱 짜임새 있고 촘촘하게 뜯어 고칠 계획입니다. 그게 협의회의 목표이고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흥봉 회장은 우리의 우수한 복지 프로그램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복지 프로그램을 달리 표현하면 복지와 관련된 전문사업 또는 사회복지모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개발도상국가들에 수출하는 일 또한 나눔이고 봉사 아니겠습니까?"

◈ 우리는 '중도우파형 복지정책'으로 가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담론'에 대한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우선 그는 복지의 본질에서 벗어나 여야가 복지를 정치적·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정책과 제도, 그 내용에 따라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계 어느 나라도 보편적 복지 또는 선택적 복지 중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이런 본질에 있어서 여당과 야당이 다를 수는 없겠죠. 다만 방법에 있어서는 다를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체제와 상황에 맞는 복지를 찾아야 합니다."

"국가 예산에만 의존하는 복지를 좌파,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를 우파라고 하는데, 우리는 중도우파형 복지로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우파적 성향의 자유자본주의 체제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지요. 좌파적 성격도 있다는 겁니다."

"시장경제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정책을 저는 중도우파형 복지정책이라고 정의합니다."

◈ 2013년 세계노년학회, 자원봉사자 참여 기대

차흥봉 회장은 최근 '세계노년학회' 차기 회장과 세계노년학회 조직위원장이라는 또하나의 큰 중책을 맡았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노년학회가 2013년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립니다. 전 세계 노인 분야 전문가 1만명 정도가 모이는데 약 5천편의 논문이 발표될 거예요. 노인문제와 관련된 모든 이슈들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노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데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는 2년 뒤 열리는 세계노년학회를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치르고 싶다고 했다.

"참가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고 전해옵니다. 그래서 '민박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행사 기간 중 2~3일 동안 한국 가정에 머물며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죠. 한국문화, 서울을 알릴 수 있는 행사인 만큼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차흥봉 회장은 자원봉사자들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질적 보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원봉사활동이 물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인정과 격려가 있을 때 자원봉사 저변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인정해 주는 인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자원봉사활동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는 국가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허남영 기자 nyhu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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