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회장은 "경제 발전으로 우리나라도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복지 선진국 길목에 들어섰다"며 "이젠 국격에 맞게 글로벌 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제협력단 봉사활동과 연계"

"평생을 사회복지 분야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간 배우고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 머슴'처럼 일하겠습니다. "

지난달 10일 취임한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69 · 사진)은 "국민이 사회복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우리나라를 선진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복지 관련 시설, 기관, 단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소외계층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1952년 설립된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조사 연구, 정책 건의, 교육훈련, 사랑나눔실천 운동 등을 맡고 있다.

2000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차 회장은 "경제 발전으로 우리나라도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복지 선진국 길목에 들어섰다"며 "이젠 국격에 맞게 글로벌 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중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한국형 복지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을 시찰한 후 시설과 프로그램 운영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많습니다. 전국 1,000여개의 복지관을 해외 지방정부 등과 1 대 1 매칭을 맺은 뒤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합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봉사 활동과 연계할 계획입니다. "

그는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인간 사랑'이라는 복지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시혜나 혜택을 준다는 일방적 시각은 옳지 않습니다. 어느 쪽도 우월하지 않은, 쌍방향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산에서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자라듯 인간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복지입니다. 정치권이 입맛에 따라 이념적으로 복지를 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

차 회장은 "옛 소련, 일본에서도 '무상의료' 정책이 실패해 수정하는 등 21세기 들어 '무상복지'는 사라지는 추세"라며 "우리나라가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것은 20세기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복지와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생활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경북 의성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시절 줄곧 수석을 하다가 경북사대부고에 들어간 뒤 부잣집에서 과외를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고교 졸업 후 1년간 공장에서 돈을 벌다가 뒤늦게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차 회장은 1971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특채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정책을 개발하다가 1983년 한림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한림대 부총장,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을 역임했다. 세계노년학회 차기 회장도 맡고 있는 복지분야 전문가다.

"노인문제를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고령자들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절실합니다. 경제적 독립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죠."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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