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면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선진복지국가를 만드는 중도우파형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복지가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보수, 진보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고, 여야 정파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념과 정파에 따라 복지를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논쟁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복지가 발달할 때나 복지를 개혁할 때마다 치열한 논쟁을 해온 역사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복지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 이념적 논쟁에 치우쳐 극단적 편향으로 치닫는 것, 정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등 잘못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복지는 동네북이 아니다. 복지는 복지로서 중심이 있는 것이며, 그 중심에서 정책을 바로 세우고 바로 밀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복지(福祉)라는 말은 인간이 안녕하게 사는 상태 또는 잘 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복지는 인간 사랑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안녕하게 잘 살 가치가 있고 인간 사랑을 바탕으로 그렇게 살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간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복지의 본질이다. 이와 같은 복지의 본질은 이념이 다르다고 달라질 수 없고 정파가 다르다고 달라질 수 없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어떠한 나라이든 어떠한 정당이든 이러한 인간 사랑을 외면한 경우는 없다. 현대국가의 복지정책은 이러한 인간 사랑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발달해왔으며, 근세이후 인간존엄성 사상과 권리사상이 발달하면서 복지는 단순한 수동적 시혜로서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 까지 발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복지는 연민의 정으로 시혜하는 것이라든지 공짜로 얻어먹는 것이라든지 하는 해석은 아주 잘못된 것이며 그러한 논리는 복지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복지라는 말은 인간 사랑의 본질적 의미이외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국민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국가 사회적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를 말하는 정책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社會福祉)라고 표현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의미의 복지는 국가의 책임 범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복지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사회계층구조의 형태에 관한 문제도 제기한다. 국가 복지정책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목표는 더불어 사는 나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며, 사회계층구조의 형태로 말하면 중산층 중심의 원형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원형사회는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되 극단적 차이가 아니라 계층구조상 원형의 형태를 그 목표로 하는 것이다.

현대국가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그 국가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복지정책의 이념적 성격도 다르게 발달해왔다. 개인의 자유사상과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가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복지정책을 발전시켜왔다. 자유주의유형의 국가들이다. 반면에 평등사상과 공동소유제를 바탕으로 국가계획경제를 추진한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전면적 국가개입에 의한 복지정책을 발전시켜왔다. 사회주의유형의 국가들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중간에 복지주의유형의 나라들이 존재하고 있다. 복지주의유형의 국가는 자유와 평등사상의 조화를 추구하며 국가가 개입하여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나라마다 국가개입의 정도나 복지정책의 형태는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자유주의 유형은 보수, 사회주의 유형은 진보, 복지주의 유형은 중도로 분류할 수 있다. 중도의 복지주의유형은 자유주의, 사회주의 유형의 어느 쪽에 가까우냐에 따라 다시 좌우파로 나눌 수 있다.

복지정책의 이념적 유형에 따라 정책의 구체적 형태도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다. 복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개입의 정도, 복지의 대상과 범위, 복지의 내용과 수준, 복지에 대한 재정책임과 비용부담의 정도, 복지제도와 프로그램의 형태 등이 각기 다르게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복지의 정책과제에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지고 개입하느냐 하는 측면에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개인이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여 국민의 욕구를 해결하는데 나서는 형태로 구분된다. 시장경제의 원칙으로 개인이 책임지는 것을 강조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형태가 잔여적 복지이고,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제도적으로 국민의 욕구를 해결하는 형태가 제도적 복지이다.

복지의 대상 면에서는 모든 국민을 차별 없이 복지급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이고, 자산조사에 의하여 꼭 필요한 사람, 어려운 사람을 선별하여 급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선택적 복지이다.

복지의 내용과 수준면에서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 욕구로서 건강의료 문제와 경제생활상의 문제 해결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은 차이가 없지만 그 수준면에서는 최저수준과 적정수준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지고 있다. 최저수준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급여에 한정하는 것이고, 적정수준은 보다나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복지의 재정책임 면에서는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개인이 책임지는 형태와 국가가 재정으로 해결하는 두 가지 형태로 크게 대별되고 있다. 개인이 책임지는 형태는 사회보험방식의 보험료 부담, 급여서비스 이용 시의 본인부담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가재정책임은 무상복지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자유이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와 사회정의에 바탕을 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경쟁, 시장경제체제에서 개인의 책임, 사유재산의 축적과 사용 등을 사회체제의 기본으로 하면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더불어 사는 나눔 공동체의 복지를 함께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정부 수립 후 지난 60여 년간 각종 복지정책과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1970년대 말 이후 지난 30여 년간 선진복지국가에서 발달한 복지정책의 제도와 틀을 도입하여 지금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제까지 발달한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자유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적절히 개입하여 국민의 인간다운생활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살고 중산층이 두터운 원형사회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 평등이념과의 조화로 사회연대성을 추구하고, 시장경제의 원칙하에 개인의 책임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가가 적절히 개입하고, 복지의 대상 면에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면서 선택적 복지를 가미하고, 복지의 내용과 수준면에서 적정수준의 복지를 지향하면서 최소원칙을 강조하고, 복지재정책임 면에서 개인책임을 강조하여 사회보험의 보험료부담, 급여서비스 이용시의 본인부담을 지우면서 국가재정으로 적절히 지원하는 형태의 복지정책을 발전시켜왔다. 이념적으로 분류하면 중도우파형 복지정책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세기 후반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서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발달단계에서 21세기 초에는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고,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도 커져가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 가족의 변화 등으로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면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선진복지국가를 만드는 중도우파형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한 복지제도의 틀을 마무리하고 기존의 복지제도 및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우리나라 사회복지분야의 대표적 기관으로서 복지의 본질인 인간 사랑을 실천하고 복지정책의 목표인 나눔 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서야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번 사회복지포럼은 이와 같은 사명을 지니고 있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최근 전개되고 있는 복지논쟁에서 한국형 복지모델의 전형을 찾아보고, 특히 우리 협의회가 주로 책임지고 있는 사회서비스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하여 마련한 자리이다. 많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기대한다. (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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