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문화생활은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나 즐길 수 있는 여가수단으로 여겼다. 그래서 '소비'한다는 말 대신 '향유' 한다는 고상한 단어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문화가 사회복지의 범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의 범주가 의·식·

일반적으로 문화생활은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나 즐길 수 있는 여가수단으로 여겼다. 그래서 '소비'한다는 말 대신 '향유' 한다는 고상한 단어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문화가 사회복지의 범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의 범주가 의·식·주 등의 테두리를 벗어나면서 '문화복지'라는 개념도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문화의 다양성에 날개가 달릴 예정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바우처 제도'가 내달부터 서울, 대전 등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첫 걸음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용어인 '바우처(voucher)'란 특정한 분야에서만 한정되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일종의 상품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문화관광부가 시행하는 문화바우처 제도는 말 그대로 문화의 전반적인 장르, 이를테면 영화·연극·음악회·대중콘서트·무용·미술 등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 같은 역할을 한다.

여기서 "영화를 보든 연극을 보든 굳이 돈으로 줘도 될 것을 뭣하러 특정분야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 같은 걸로 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돈으로 주어졌을 때 얼마나 문화생활로 이어질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당초 바우처 제도의 시작 역시 사회보장 분야에서 저소득층의 소비진작을 위해 시작된 것임을 감안하면 문광부의 문화바우처 제도가 소외계층의 문화생활과 문화예술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은 자명해 보인다.

문화바우처. 언뜻 사회복지와는 상관없다고 대충 넘겨버리면 그만큼 손해다. 이 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상계층이 저소득 소외계층이기 때문.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대상자와 소년소녀가정아동, 저소득층 노인 및 청소년, 장애인 등 소외계층 1만 8000명이 올해 지원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화바우처 주관사업자는 공연기관 등의 문화프로그램 발굴 및 제공, 지원대상자 선정, 문화바우처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문광부가 올해의 사업자로 선정한 단체는 한국메세나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문화복지협의회, 대구곰두리봉사회, 전북지체장애인협회 등 5개 단체다.

이들은 내달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책자, 사회복지단체, 구청, 동사무소 등을 통해 문화바우처 이용안내 및 홍보를 하고, 관련단체의 협조를 통해 단체별 책임자, 자원봉사자, 본인으로부터 신청접수를 받는다.

문광부 담당 서기관은 "문화바우처 제도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지원대상자의 선호에 따라 뮤지컬, 무용, 대중음악 등 선택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소외계층의 문화복지 신장과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계층도 좀 더 쉽게 공연 등을 관람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계층간의 심리적 벽을 허무는 등의 기능을 한다는 설명이다.

문화바우처 제도는 지금까지 저소득층, 장애인,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의 문화권 신장을 위해 정부에서 시행했던 '찾아가는 문화행사' '생활체육프로그램운영' '아동복지시설대상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제공' 등과는 다르다. 기존의 시책들은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배제된 채 일방적인 프로그램 전달에 그친 반면 문화바우처는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물론 문화바우처가 시작되는 마당에도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과제들이 있다. 얼마전 리모델링한 국립극장의 경우 장애인용 점자 유도블럭이나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이 조잡하게 되어 있는 등 전국 대부분의 문화시설들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문화바우처, 제대로 뿌리를 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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