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애인계의 최대 화두는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정으로 모아진다. 지난 2003년 4월 출범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는 그해 5월 장차법 공개안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지역을 순회하는 지역공청

◆ 장애인차별금지법= 올해 장애인계의 최대 화두는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정으로 모아진다. 지난 2003년 4월 출범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는 그해 5월 장차법 공개안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지역을 순회하는 지역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16일 당사자들이 제안하는 최종안을 마련, 이를 발표한 바 있다.

차별간주행위를 규정하여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법안의 가장 큰 핵심 내용. 여기에 장애인 단체에 소송대리권 및 단체소송권을 부여한 것도 한 특징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제안한 이 같은 안은 당초 목표했던 지난해 국회에 상정되지 못했고,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현재까지 이렇다할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법안 상정을 담당해야 할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정부측이 마련하고 있는 법률안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에 최근 나타난 복병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힌 차별시정 기구의 일원화 방침.

인권위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차별시정기능을 통합하여 인권위에서 수행한다는 인권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선 것.

박종운 장추련 법제정위원장은 이와 관련 "인권위의 이러한 구상은 시정명령권 등의 권한을 가진 보다 강력하고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의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는 장차법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면서 인권위법의 개정 논의가 장애인 당사자들이 제안하는 장차법의 수준을 크게 후퇴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어찌됐든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여러 차례 약속을 한 바 있듯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올해 제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이 법이 얼마나 장애인의 입장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안이 되느냐 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다.

◆ 장애인연금법=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장애인연금법은 국가가 일정한 소득이 없어 기존의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발생과 소득감소의 위험을 보전해주는 이른바 무기여 방식의 사회보장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가구의 가구소득은 비장애인 가구의 가구소득의 약 62%에 불과해 OECD국가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임금소득과 급여소득이 모두 없는 장애인의 비율은 49.5%로서 OECD국가 평균 20.6%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

더구나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이라 하더라도 장애로 인해 지급되는 장애수당은 중증장애인에 한해 고작 6만원에 불과해, 최소 추가비용으로 알려진 16여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급여를 받는 장애인은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등록장애인의 9.3%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장애인연금법의 도입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는 점차 넓어지고 있으나 세부적인 도입 방법에 관해서는 장애인계와 정부측의 의견이 약간씩 엇갈리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소득이 없는 장애인, 주부, 노인 등 보험금을 낼 수 없는 저소득층이 모두 연금대상자로 포함되는 기초연금법 형태로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장애인계의 생각은 다르다. 장애인연금법 제정 운동을 이끌고 있는 유흥주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대표는 "만 달러 수준의 경제규모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과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기초연금제도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현실적으로 기초연금이 도입될만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별도의 장애인연금제 도입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장애인계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장애인연금법 도입안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를 기준으로 한, 이른바 '수급권확대'에 불과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재원 문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기초연금이든 장애인연금이든 그 틀은 국민연금의 틀 속에서 개선하되 국고부담을 통해 재원마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부유세를 전격 도입한다면 얼마든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게 장애인계의 입장.

한편 전문가들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합의와 이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장애인교육권= 장애인교육권 확보 역시 최근 장애인계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요구사안 중 하나다.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뒤 광화문 역 앞에서 열린 '장애인교육권확보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부모결의대회'는 장애인교육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

이날 행사에서 도경만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7월, 20여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교육인적자원부와 장애인 교육차별 철폐를 위한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도교육청은 전부 나몰라라 한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직접 관리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교육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1.8%. 때문에 장애인교육권과 관련된 논쟁의 핵심은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여 장애인교육예산을 전체 교육 예산 대비 6% 이상으로 대폭 확대라는 것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와 관련 "실제로 많은 장애아동들은 의도하지 않게 취학유예가 되어, 교육받지 못한 채 가정이나 시설에서 지내야 하고, 교육받고 있는 장애학생 중 일부는 순회교육대상자로 분류되어 교육현장으로부터 격리된 채, 일주일에 10시간에도 못 미치는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장애인교육권연대와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이 지난 18일 발표한 '취학유예아동 중 장애아동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국 초등학교 3879개교의 전체 취학유예아동 4만 2285명 중 장애로 인한 취학유예아동이 전체 18.5%에 달하는 7822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장애아동들의 교육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연간 200여개씩 특수학급을 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예산 문제나 각 시도교육청의 협조 사안임을 이유 로 속시원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교육권을 둘러싼 장애인계의 요구와 반발은 계속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장애인노동권= '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달성 축하연'이 지난 1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됐다. 정부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인 2%를 달성했음을 축하하는 민관 합동 자리. 하지만 이날 자리는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실질적인 장애인 노동권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축하연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지난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금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13년전 의무고용률을 설정할 당시의 장애인 등록인구는 25만여명이었다."면서 "161만여명으로 늘어난 지금은 3.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민간부문 장애인 고용률은 더욱 심각하다. 2000년 0.73%, 2001년 0.87%, 2002년 0.99%, 2003년 1.08%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보이고 있으나 정부부문 2%에는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30대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더욱 심각해 2002년 0.69%, 2003년 0.79%로 전체 기업의 평균치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삼성(0.26%), SK(0.38%), LG(0.42%) 등 대기업이 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올초부터 시행된 장애인의무고용장려금 축소는 그야말로 불난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으로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장애인계는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고용장려금 축소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면서, 고용부담금이 아닌 일반회계 예산 내에서 장애인 노동권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사는 참다운 공동체의 실현은 모두의 바램.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가두고 있어 새로운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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