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지난 4일 개최된 공개토론회 '보육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 정부와 시장의 역할'은 보육이 공공재인가 아니면 사유재인가, 즉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할 문제인가, 아니면 시장경제에 맡겨 개인이 풀어가야할 문제인가

◆보육은 사회복지적 대책이다 =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이에 따르는 각종 사회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는 보육정책에 관한 공개토론회가 열려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지난 4일 개최된 공개토론회 '보육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 정부와 시장의 역할'은 보육이 공공재인가 아니면 사유재인가, 즉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할 문제인가, 아니면 시장경제에 맡겨 개인이 풀어가야할 문제인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주제발제에 나선 표갑수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선진국들은 사회민주주의적 보편주의, 즉 영유아의 양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보육정책을 발전시켜 왔다."고 전제하면서 "가족이 복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무의무탁한 요보호아동인 경우는 국가의 지원으로 시설수용보호를 받게 되는 것처럼 부모가 있는 아동에 대한 대리가정기능으로서 영유아보육사업이 필요하며, 이것이 곧 공적부조로서의 보육사업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즉 영유아보육법은 사회문제에 대한 사회복지적 대책으로 출현한 만큼 국가가 나서 책임질 수 있는 공공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보육의 지나친 사보육화, 지역별 불균형, 높은 보육료 부담 등으로 인해 보육의 공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표 교수는 특히 "최근 일부 경제학자 중심의 보육료 자율화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서비스의 양극화를 통한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해 보육시설, 아동, 부모가 양분되는 계층간 불평등 확대, 여성인적자원의 사장 등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규제가 보육의 질을 막고 있다 = 이에 반해 현진권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다른 각도에서 현 보육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현진권 교수는 정부의 보육정책방향과 보육관련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요지, 즉 보육은 공공성이 높으므로 정부가 중심이 되어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간의 보육서비스 질이 낮은 원인은 정부의 지원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진권 교수는 우선 경제학의 예를 들어 정부의 시장개입을 설명하기 위해 '공공재(public good)'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 공공재는 무엇보다도 비배타성과 비경합성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배타성이란 타인의 소비를 배척할 수 없고, 한 사람이 소비할 때 다른 사람의 소비를 제한할 수 없는 것이고, 비경합성은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타인과 경합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국방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같은 논리를 보육에 대입했을 때 보육은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화(private good)라는 것이 현 교수의 논리.

현 교수는 또 "민간부문에는 영리법인의 시장진입이 금지되어 법인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대규모 자본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서비스 질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민간 보육서비스의 질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시장규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현 교수는 영리법인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한편 가격규제, 곧 보육료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보육정책의 방향은 정부와 시장이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를 가지고 역할분담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육'의 의미 다시 한번 되새겨야 = 현진권 교수의 이 같은 발표가 있자 토론자의 반박도 이어졌다.

유희정 보육시설 평가인증사무국장은 "부모들이 자녀양육을 위하여 비용을 얼마든지 더 낼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규제하여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데 부모들이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보육의 문제를 가정의 경제 수준에 따라 비싼 옷 혹은 저렴한 옷을 사 입는 것과 같은 시장 자율하에 의하여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진권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교수는 "현 교수는 보육서비스가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사실, 즉 접근의 용이성 문제라는 '자발적 선택의 제한'과 '전체 사회의 집합적 효용성'이 고려대상에 빠진 데에 따른 오류"라고 비판하면서 "보육서비스의 1차적 수요 원인인 여성의 사회경제활동은 개인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보육서비스는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이므로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의 공공성 여부를 둔 이 같은 논란은 결국 보육서비스에 대한 관점이 국가냐 개인이냐는 데에 따라 나뉘어진다.

하지만 최근 사회분위기는 일단 보육서비스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실제 많은 부부들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가가 나서 보육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의 절묘한 역할분담은 그래서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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