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잘 자라 행복한 성인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 이상이 국가적 과제이자 의무다.

김윤나 서울사이버대학교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윤나 서울사이버대학교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윤나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09년 초·중·고교생 자살자는 202명으로 전년(137명)보다 무려 47% 늘었다. 2005년 135명,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으로 최근 5년간 총 724명의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2010년 청소년 통계'에선 청소년의 8.9%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살한 학생을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학생이 1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56명, 초등학생이 6명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을 이렇게 죽음으로 내몰고 간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번 통계자료에서는 자살원인으로 가정불화ㆍ가정문제가 34%, 우울증비관 13%, 성적비관 11%, 이성관계 6%, 신체결함ㆍ질병 3%, 폭력ㆍ집단괴롭힘 2% 등으로 파악됐다.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자는 전체의 약 30%를 차지해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자살의 원인을 아이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가정의 책임이나, 일관적인 교육을 하는 학교의 책임만으로 국한해서는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는 2004년부터 3년간 8,200만 달러(약 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청소년 자살 예방 법안을 만들었고, 뉴질랜드는 1998년 교육부와 건강ㆍ장애 국가 자문위원회가 공동으로 학교 내 자살 예방ㆍ인식ㆍ관리를 위한 지침서를 출간했다. 홍콩에서는 교육ㆍ인재청의 지침으로 모든 학교가 청소년 자살과 학교의 위기 사건을 다루기 위한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건강 일본 21'이란 정책 아래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 2007년 '아동 자살 예방을 위한 대처방안'을 마련하여 교사 등 자살 예방 관련 실무자를 위한 지침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2004년 '자살예방 종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0년까지 자살 사망률을 2003년 대비 20%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복지부는 학급단위의 심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중·고교 26개 학급 1,200명을 대상으로 시범교육을 했다. 하지만 자살 예방교육은 학교의 재량에 맡기고 있어 교육이 형식적이거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연수를 했지만, 전체 초·중등학교가 1만 1,16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는 곳은 전체 초·중·고교 중 4.2%에 불과한 471개교뿐이라서 청소년이 언제든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 올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가출과 자살을 부추기는 유해사이트 262곳에 대한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이 같은 유해사이트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포털사이트 5개사가 상시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는 다른 외국의 사례처럼 청소년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재수립하여야 한다. 먼저 청소년 자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가족실에서 위기청소년대책 차원에서 청소년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전면 수정하여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된 해법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매뉴얼, 지침서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문가 양성 및 교사 연수 등의 휴먼웨어의 양성 구축도 시급하다. 정부는 단순히 청소년 자살 관련 유해사이트만 차단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상시 상담소의 하드웨어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정불화나 학교와의 갈등문제 원인도 들여다보면 결국 입시위주의 교육문화이다. 단순히 가정이나 학교, 청소년 개인만의 문제로 청소년 자살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사회적 차원의 대대적인 인식개선과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노력이 필요하다.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인해 한 명, 한 명의 아이가 소중한 대한민국이다. 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잘 자라 행복한 성인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 이상이 국가적 과제이자 의무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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