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에서는 장애인복지기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섹스서비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가 철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위스의 '프로 인피르미스(pro infirmis)' 취리히 지부는 자원봉사자 12명을 선발하여 교육을 시킨 후에 섹스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후원자들의 기부가 급감하는 바람에 이를 취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일반인들의 여론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는 80% 정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후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이다. 후원자들은 여론조사의 대상인 일반인들과는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애인복지기관은 모금액이 30% 이상 줄어 다른 사업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기관에 원하는 것 파악해야

이러한 결과는 후원자들은 일반인들보다는 연령이 많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이다. 장애인에 대한 섹스서비스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는 이제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섹스서비스의 재원은 후원금이 아닌 별로 사업기금에서 충당되는데도 불구하고 후원자들은 자신들이 기부한 돈이 장애인을 위한 섹스서비스로 쓰인다는 사실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섹스 문제에 관한 한 자유롭고 진보적인 북구라파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후원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교훈을 준다.

이 사례는 민간 자원에만 의존하는 사회복지서비스가 매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의 재원은 수급자의 욕구나 필요보다는 기부자의 의도와 정서에 따라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서비스의 내용이 수급자의 욕구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기부자의 선호에 의존하기 쉽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복지를 소외계층의 욕구충족이나 문제해결보다는 가진 자의 시혜나 자선의 형태로 후퇴시키고 만다.

신보수주의 이념의 확산과 함께 사회복지재원의 민간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책임과 민간자원 활성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복지자원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 정부의 책임은 소홀히 하면서 민간자원 동원만 강조하는 것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후원개발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후원개발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모금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프로그램과 정부의 재원을 통해 제공되어야 할 프로그램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모금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후원자의 정서를 고려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시하여야 한다. 후원자를 모집하고자 하는 경우 후원개발자는 후원자들이 우리 기관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그러면서도 기관의 가치와 철학에 어긋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럴 때 후원자들은 기부동기가 강화되어 자신의 행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더욱 성의껏 기부할 것이다.

기부자들은 대부분 보수적

그러나 보다 유능한 후원개발자라면 적극적으로 기부자의 정서를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사회의 기득권층이면서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소외계층이 경험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도덕적 판단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위 희생자를 비난하는(blaming the victim) 것으로 사회복지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를 지닌 기부자들을 교육이나 설득을 통해 문제의 원인이 개인보다는 환경에서 기인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문제의 사회적 요인에 대한 기부자의 이해를 높이고, 기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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