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권력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검은돈의 썩은 냄새가 온나라를 뒤덮고 있다. 그 냄새에 국민들이 분노하며 치를 떨자 정치권에서는 검은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기득권을 수호하고 그곳에 안주하려는 거만하고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다수 국회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발 이제는 검은돈의 부패구조가 척결되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돈은 사회복지의 수단일뿐

기업들이 압력에 의해 돈을 냈다고는 하지만 경영의 정도를 걸으며 그 검은돈을 사회복지에 썼더라면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

한편 정치권의 부패구조에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한편에서 아름다운 기부로 인한 깨끗한 돈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평생 먹을 것 안먹고 아껴가며 모은 돈을 남김없이 사회에 내놓은 거룩한 우리의 할머니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해 값진 나눔을 실현하는 서민들. 이들이 뿜어내는 향기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숨을 쉴 수 있다. 기업들도 검은돈만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척박한 우리 사회에 인적자원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장학재단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했던 대기업 장학재단들은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계속되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반재벌 정서도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복지계는 깨끗한 돈의 아름다운 향기가 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후원개발 과정에서 검은돈은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의 큰 돈을 받아야 하는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축재를 했지만 반성하며 기부하는 사람의 돈은 사회복지에 쓰여서는 안되는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의 기부금을 서민들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 이러한 돈일수록 규모가 크고 유통성이 있어 후원개발자 입장에서 뿌리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돈이 원래부터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으로 나뉘진 않는다.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돈은 수단일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식칼이 모두 나쁘지는 않다. 음식을 만들 때는 매우 유익하고 좋은 도구이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해치게 되면 나쁜 도구가 된다. 식칼 자체가 자신을 선하게 하거나 악하게 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없다. 마찬가지로 돈도 스스로 깨끗해지거나 더러워질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없다. 단지 돈은 깨끗하게 쓰일 수 있거나 더럽게 쓰일 수 있을 뿐이다. 정직하게 모아질 수도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돈 그 자체로는 깨끗하거나 더러울 수 없다. 정치권의 검은돈은 부정하게 모으고 더럽게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계에서 돈은 적어도 투명하게 쓰여지고, 선한 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았을 때의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그 돈으로 인한 기관의 이미지 손상이나 다른 기부자들의 신뢰 붕괴, 지역사회로부터의 지탄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한 일에 사용돼야

미국에서 플레이보이 잡지가 한 여성인권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제의한 적이 있다. 그 잡지는 많은 돈을 기부하는 대신 그 단체의 인쇄물에 플레이보이의 지원에 의해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문구를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플레이보이가 여성들을 통해 돈을 벌기 때문에 여성인권을 위해 일부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플레이보이는 여성을 착취하고, 성차별을 조장하는데 그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그러한 관행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격렬히 비판하였다. 중도적인 어떤 이사가 그곳으로부터 기부금 받는 것의 깨끗함 여부를 떠나서 웬지 찜찜하고 역겹다고 말하자, 그 정도면 받지 말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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