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돈 자체가 깨끗하거나 더럽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찜찜하다면 기부를 거절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나 자신이 편하지 않는데 우리 후원자나 자원봉사자, 주민들은 더욱 부담스러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후원금으로서의 검은돈 여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고려는 '그 돈을 받았을 때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하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돈이 무슨 죄가 있냐는 식으로 후원금을 처리할 수 있다 할지라도 다른 후원자들이나 지역사회에서 문제시할 수 있다. 특히 그 지역사회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조직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것은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외부 반응 고려해야

돈의 출처가 논란이 될 수 있는 후원금을 받게 될 때 다른 후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다른 후원자의 반응을 판단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회복지기관을 후원했던 사람들은 그 기관의 사명이나 가치에 감화되어 후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우리 기관이 아닌 거부감이 적을 수 있는 다른 기관에 기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어느 농촌 작은 보건진료소의 이사 한사람이 그 지역 우라늄 탄광회사의 부회장이었다. 그 탄광은 그 지역을 방사능 물질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보건진료소에서는 그 이사를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지역주민들을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자 일부 후원자들이 격앙해 하면서 후원을 중단하고 그 진료소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이같은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그 진료소는 1년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사례는 후원금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많은 비영리조직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그 탄광회사가 그 돈을 보건진료소에 기부하지 않고, 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에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더라면 지역주민들로부터 그렇게 거센 항의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주민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대해 주민들은 자존심을 상하게 되었고, 결국은 조직이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돈의 출처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기부금의 규모와도 관계가 있다. 비영리조직의 예산 규모에 비해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받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위에서 언급한 플레이보이 잡지사가 여성인권단체에 1만∼2만원 기부한 것을 가지고 문제 삼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탄광회사도 적은 돈을 기부했다면 그렇게까지 저항에 부딪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 적은 돈으로 비영리조직의 가치나 철학을 흔들 수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공개 후원 받아선 안돼

때로 비영리조직들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검은돈을 받으라는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비밀은 없다. 오히려 비공개로 받은 돈은 나중에 더 큰 뉴스거리가되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정치인과 기업이 거래한 검은돈도 모두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 않았겠는가. 대중에게 공개할 수 없는 돈은 아예 받지 않는 것이 후원개발의 철칙이다.

검은돈의 논란은 대개 기업의 후원금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사회복지기관과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으나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이 건전한 돈을 사회복지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복지기관의 책임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도 향상되고 사회복지기관의 재정적 열악성도 극복될 수 있는 상생의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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